연산군 때 침체 겪은 후 '훈몽자회'로 획기적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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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한글의 성장과 융성기-국민 사랑·아픔 대변하는 등 활발한 한글책 발간으로 빠르게 보급
자모 수 27개로 감소…시가·소설 문학 창작 활발 '한글 날개 펴다'
▲ 제570돌 한글날을 맞아 제주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한글날 행사가 열렸다. 사진은 제주도한글사랑서예모임이 지난 9일 제주문예회관에서 연 한글사랑서예대전 행사 모습.

▲한글의 성장기는 세종29년~조선 단종(1455년)까지이나 좀 더 연장된다.


훈민정음이 탄생했으니 나날이 자라서 모든 국민의 생각과 느낌, 사랑과 베풂, 아픔과 억울함, 기쁨과 슬픔, 고통과 한을 대변해 주는 선구자 내지 자명고(自鳴鼓)의 역할을 해야 할 책무를 지게 되는 내용들이 설명되어 있다. 한글이 태어나고 자라나서 백성의 글자가 되도록 널리 알리고 익히고 사용하도록 가르치고 지도하고 종용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훈민정음 이름의 변천 내용을 보면 훈민정음에서 정음, 언문, 반절, 국문, 한글(1928년)로 변천되며 또 다른 이름은 가갸글(1926년), 국서(國書), 조선글, 아침글, 암글, 아햇글 등의 이름으로 사용되면서 한글이 성장되어 나간다. 훈민정음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책을 지어내어 한글을 보급 성정하도록 한다. 용비어천가,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 원인석보 등을 편찬 발행하게 되며, 경서 및 불경언해, 지속적인 언해사업 확대, 한자의 언해사업이 활발히 전개되어 나간다. 따라서 한글의 성장기에서는 새로 나온 한글을 이용하여 많은 책을 편찬해 내고, 여러 가지 종류의 한자서적을 한글로 번역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독서토록 함으로써 한글의 많이 보급되고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한글의 침체기는 연산군4년(1498년)~연산군12년(1506)까지이다.


연산군4년(1498년)에 훈구파와 사림파의 대립으로 무오사화가 일어나고, 연산군10년(1504년)에는 갑자사화가 일어나게 되는데, 이 두 차례의 사화 뒤에 연산군은 폭군화하여 향락 음탕과 안일에 빠져 지덕을 배우는 일과 대제학을 폐지하는 한편, 성균관을 연회와 오락장으로 만들며, 사찰을 마구간과 기생과 즐기는 장소로 삼으며, 각지에 사람을 보내 기생과 미녀, 좋은 말(馬)을 구해오게 하여 사치 향락 오락 음탕한 생활에 몰입하게 되자, 연산군을 비방하는 벽보가 한글로 붙게 된 것을 알고 연산군은 이를 계기로 한글을 박해하는 모진 행동을 시작하게 된다.


연산군의 아버지인 성종임금의 후궁인 윤씨(연산군의 생모)가 성질이 고약하며 성종임금의 얼굴에 손톱자국을 내는 일이 생기자 그 죄를 물어 윤씨를 폐출시키고 성종임금이 한글로 된 교지를 내려 반성토록 하나 여전하자, 결국 윤씨에게 사약을 내려 죽게 하였다. 권신 임사홍 등이 밀고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연산군은 자기 어머니 폐위와 사약의 일에 관계된 선비와 가족을 갖은 형벌로 살육하고 부관참사를 했으며, 이 갑자사화에 관계된 한글에 대해서도 학대를 가하기 시작하게 되었다. 이미 언급한 바 있는 갑자사화가 있는 이후에도 연산군은 음탕 잔악한 일을 계속하므로, 연산군10년 7월 19일에 어떤 사람이 연산군의 비행을 일일이 적은 한글로 된 익명의 투서를 연산군의 죽은 어머니 신씨의 형 집에 몰래 던진 일이 생겼다. 이 일로 하여 연산군은 한글을 가르치지도 말고 배우지도 말라. 이미 배운자 역시 지금부터 한글을 가지고 사용하지 말라는 명을 내렸다. 바로 이 내용이 한글 사용 금지령이다. 연산군은 언문사용 금지와 사용하는 자의 처벌을 강행하면서 언문(한글), 구결서로 된 책을 다 불사르라 명을 내렸다(연산군10년·1504년 10월 22일).


한글이 창제되고 보급되며 성장되어 가는 과정에서 연산군 시대에 와서 한글사용금지와 본서(焚書) 사건으로 말미암아 한글사용이 위축되고 보급과 성장이 중단되며 훈민정음 창제의 취지와 목적이 훼손되는 한글의 암흑기이자 침체기가 있었다.

 

▲ 김이종 선생은 한글역사연구, 국어과교육 이론과실제 등 다수의 한글 관련 책을 펴냈다. 2010년에는 5.16민족상<사회·교육 부문>을 수상했다.

▲한글의 융성기는 조선 중종(1506년)~갑오경장(1894년)까지이다.


한글의 침체기에서 하마터면 한글의 혈통이 끊어질 뻔한 절박한 위기를 넘기고, 새롭게 기운을 차리고 활기찬 활동을 펼쳐나가던 시기가 바로 한글의 융성기이다.


한글의 융성기야 말로 한글이 숨죽이던 억압의 틀에서 벗어나 시가(詩歌), 소설 등 문학작품을 창작하면서 당시 사람들의 사상과 생각과 감정을 거리낌 없이 한글로 마음껏 표현하던 시기이다.


이 시기에서 한글은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 생기게 된다. 무엇이냐면 ‘훈몽자회(訓蒙字會)’란 한자 학습서의 출현이다. 이 훈몽자회는 한자 학습서로서 한자 3360자를 4자유취(四字類聚)로 33항목으로 나누어 한글로 한자의 음과 뜻을 달아놓은 3권 1책으로 된 책이다. 훈몽자회의 내용 중에 머리말과 이 책을 사용할 때 범례(凡例 : 일러두기)의 내용이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이 범례의 내용이 한글에 어떠한 큰 변화를 가져왔는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훈민정음의 자모 수에 변화가 생긴다.


훈몽자회에서는 훈민정음 때의 28자 중에서 자음인 목구멍소리 ㆆ자를 제외시켜서 훈민정음을 27자로 그 수를 줄였다.


둘째, 훈민정음의 초성과 중성의 호칭을 변경하여 불렀다.


△훈민정음 때의 초·중성의 호칭을 보면,
ㄱ字如君字初?聲 : ㄱ자는 군(君)자의 처음 내는 소리와 같다.


ㅡ字如卽字中聲 : ㅡ자는 즉(卽)자의 가운뎃소리와 같다.


△훈몽자회에서의 초·중성의 호칭
자음의 호칭 → ㄱ(其役 : 기역), ㄴ(尼隱 : 니은) 등으로,


모음의 호칭 → ㅏ(阿), ㅑ(也) 등으로 호칭을 하였다.


△한글의 초성·중성의 호칭이 훈몽자회의 범례에서 변경되어 불리면서 그 호칭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으며, 그 변경된 명칭은 훈몽자회 저자 최세진(1473~1542)이란 한문학자가 지은 이름이다.


셋째, 종성 즉, 받침으로 쓰는 글자가 바뀌었다.


훈민정음에서는 종성을 ‘終聲復用初聲’이라 하여 종성(받침)은 초성을 다시 그대로 사용토록 되어 있었으나, 훈몽자회에서는 초성 종성 통용 8자라 하여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이 여덟 자만 사용토록 하고, 초성 독용 8자라 하여 ‘ㅋ, ㅌ, ㅍ, ㅈ, ㅊ, ㅿ, ㅇ, ㅎ’이 8자는 초성으로만 사용토록 하였다.


넷째, 초성과 중성이 표기하는 순서를 바꾸어 버렸다.


훈민정음에서는 초성의 순서를 ‘牙, 舌, 脣, ?, 喉, 半舌, 半?’라 하여 ‘ㄱ ㅋ ㆁ, ㄷ ㅌ ㄴ, ㅂ ㅍ ㅁ, ㅈ ㅊ ㅅ, ㆆ ㅎ ㅇ, ㄹ, ㅿ’의 순서로 되었으며, 중성(모음)의 순서는 기본자료 ㆍ(天 ), ㅡ(地), ㅣ(人). 초출자로 ㅗ ㅏ ㅜ , 제출자로 ㅛ ㅑ ㅠ ㅕ 등으로 되었었는데, 훈몽자회에서는 초성의 순서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ㆁ ㅋ ㅌ ㅍ ㅈ ㅊ ㅿ ㅇ ㅎ으로 하고, 모음의 순서는 ㅏ ㅑ ㅓ ㅕ ㅗ ㅛ ㅜ ㅠ ㅡ ㅣ ㆍ 등으로 바꾸어 버렸다.


다섯째, 한글 기본음절표의 배열 순서를 새로이 시도하였다.


훈민정음에서는 한글기본음절표의 예시에 대한 언급이 없으나 훈몽자회에서는 한글기본음절표의 배열 순서를 새로 만들었다.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그, 기, 고(아래아), 과, 궈’로 하여 ㄱ~ㅎ음절까지 음절표를 새로 제시하였다. 단지 한글기본음절표 끝에 ‘과 궈, 나 눠’ 등의 용법은 알 길이 없다.


훈몽자회 저자 최세진은 훈민정음(한글)에 대한 다섯 가지의 변화의 근거나 설명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이 다섯 가지의 변화는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글의 기본 틀이 되고 있음을 각별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글의 융성기에는 시조의 등장, 가사문학(歌辭文學)의 발달, 고대소설의 등장으로 한글 사용이 아주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이 시기에 한글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져서 한글에 대한 창제원리를 더욱 깊게 하고, 현대문법의 토대가 되는 심오한 연구도서들이 많이 집필 보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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