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당 어서시민 어떵 살아시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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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옥 서울과학종합대 초빙교수/논설위원

오는 2017년부터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제주도의 문화재 및 관광지 안내판과 안내책자 등에는 표준어와 제주어가 나란히 쓰이게 될 방침이다. 이를테면 바닷가에 위치한 주상절리를 설명하는 안내판에는 ‘바다가 없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요(바당 어서시민 어떵 살아시코 이)‘라고 기록되는 것이다. 이는 제주인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제주어를 사용함으로써 제주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향토문화의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제주도정의 정책적 의지다.

사실, 국내 유명잡지의 진단에 의하면 제주어는 산소호흡기를 쓰고 연명하는 상태에 있다. 제주어를 쓰는 70∼80대 노인들이 사라지면 그 말도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2016년 9월 말 현재, 제주에 사는 70대 이상 노인 인구는 6만 2015명으로 제주 인구의 약 10%에 해당 하는 숫자다.

언어의 수명과 관련해서 니컬러스 에번스는 세계 언어가 앞으로 10년 내에 절반으로 줄어들 것을 경고하고 있다. 그의 저서,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라는 제목은 언어의 운명에 대한 예고다. 세계는 지금 6000여개의 언어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가운데 제주어도 들어 있다. 앞으로 10년이 제주어 생존의 시한부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언어사용자가 전체 인구의 5% 이상이면 소멸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데 제주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현재 1% 정도로 추정된다. 제주인구 63만 8199명 중 90대 이상이 3314명(0.5%)이고 보면, 90대 이상과 80대 일부가 제주어 인구인 셈이다. 유네스코가 제주어를 소멸 직전의 상태, 즉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단계(critically endangered)’로 분류한 게 이러한 상황적 진단이다.

그렇다면, 언어가 무엇이기에 그 죽음이 이토록 문제시 되는가?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제주편에서 ‘언어는 문화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제주어의 소멸은 단지 언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제주의 전통과 문화, 제주어로 전해져오는 수많은 지식과 신화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즉, 언어 유산이 손실된다는 것은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문화나 거주지가 사라져버리는 비극을 말한다. 이는 1960년, 아프리카의 지성으로 불렸던 아마두 함파테 바가 유네스코에서 ‘노인 한 사람이 죽는 것은 서재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외친 말과 일맥상통한다.

위에서 예로 든 ‘바당 어서시민 어떵 살아시코 이’는 제이누리가 주관한 ‘아름다운 제주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산문작품의 제목이다. 이 글의 내용은 94세의 해녀 할머니가 세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일곱 살에 물질을 배우고, 열일곱 살에 시집을 가서, 2남7녀를 바다에 의지해서 키워 낸 생애, 바로 내 어머니의 인생사다. 지난 여름 거의 임종직전에 이르렀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뿔싸, 우리 집에서도 서재 하나가 불탈 뻔하였다.

어머니의 제주어를 채록하면서 느끼기는, 제주에서도 6000 여개의 제주어 서재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러져 가는 제주의 자연을 지키는 일과 함께 죽어가는 제주어를 보전하는 일 또한 매우 시급한 과제다. 제주어가 없이는 제주인의 정신을 이어갈 수 없고, 제주인이 아니고선 어머니 같은 제주의 자연을 지켜낼 수가 없지 않은가.

제주인의 삶에는 제주어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혼이 스며있음에랴.

‘바당 어서시민 어떵 살아시코 이? 그 보름에 아홉 성젤 다 공부시켜신예. 싸는 물 이시민 드는 물 이신 거여. 아명 죽어점직 ?여도 ?으멍 전디멍 살암시민 살아지매. 우리 어멍추룩 ?식 ?나 믿엉 살당 보난 ?세상 잠깐만이 살아져라. 게무로사 저 너른 바당에 니 찍새 어시크냐게?’

어머니의 이 심경을 어떻게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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