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강정 구럼비 ‘도꼬마리’ 찾아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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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일강정 논농사를 상징하는 강정마을 구럼비의 ‘도꼬마리’가 없어졌다.

‘도꼬마리’는 논농사를 짓기 위하여 물을 끌어오는 논골, 즉 수로 첫 입구에 설치하여 여러 군데로 면적에 맞게 물을 배분하는 일종의 보(堡)이다. 수문이 2개이면 이도형 도꼬마리, 수문이 세 개면 삼도형 도꼬마리라고 구분하지만, 대부분 ‘도꼬마리’라 부른다.

‘도꼬마리’에서 ‘도꼬’는 입구를 나타내고, ‘마리’는 머리, 즉 가장 위쪽을 말하는 제주어이다.

이러한 도꼬마리는 도내 다른 지역에는 없는, 유일하게 강정마을 논농사에서만 사용되던 농경문화유산으로, 일강정 논농사의 상징물이자 제주석으로 만들어진 하나 밖에 없는 ‘도꼬마리’가 어느 날 그것도 청천 하늘 허연 대낮에, 소리 소문없이 사라져버렸다. 1300여m 긴 논 골을 만들고, 바위를 뚫어 강정천 냇길이소 물을 끌어다가, 서귀포시 강정동 2742번지에 ‘도꼬마리’를 세워 ‘큰구럼비’, ‘조근구럼비’, ‘개구럼비’로 물을 나누며, 이웃사촌처럼 일강정 논농사를 일궜던 농경문화유산이다.

구럼비 입구 강정동 2742번지에 있던 ‘도꼬마리’는, 전국에도 없는 유일한 삼도(三道)형 ‘도꼬마리’이다. 이도(二道)형 ‘도꼬마리’는 있었지만, 삼도형 ‘도꼬마리’는 구럼비에 있는 이 하나가 전부였다.

이 사실은, 필자 부모님이 경작하던 논이 바로 이곳에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도 자세히 알고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 ‘도꼬마리’는 논골에 박혀 있는 1t 무게 정도의 제주석 돌덩이에 불과하였을런지 모르지만, 강정마을에 있어서 이 돌덩이는 단순한 돌덩이가 아니라 오늘의 일강정을 있게 만든 강정의 자존이며, 전국에서도 강정마을에만 존재하는 유일한 농경유산이다.

문화가 없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 현 정부는 국정기조를 ‘국민행복 문화융성’으로 정하였다. 김구 선생께서는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문화를 모르면 버르장머리가 없어진다. 따라서 문화를 무시하는 것은 공직자의 태도가 아니다.

그런데 얼마전 행정당국이 이러한 문화를 도외시한 인사에게 주려고 명예도민증 수여대상자 동의안을 도의회에 제출하였다가 자진 철회하였다는 보도를 보면서 도민을 위해 일한다는 행정이 아직도 갈 길이 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당시 육상부분 공사 감독관은 강정동 2742번지 입구 수로 아래에 ‘도꼬마리’가 묻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에 ‘도꼬마리’가 있다고 현장에 가서 직접 설명을 하였기 때문이다. 이곳을 공사할 때는 명심해서 사전에 지형조사를 하고, 자문을 받아 원형을 훼손시키지 않고 잘 발굴하여 보존하였다가 훗날 전시관이 준공되면 이곳에 전시하도록 한다고 말하였다.

2015년 공사 관계자와 현장 관계자들을 찾아 물어보니, 매장문화재 현장 설명 시에 그런 얘기를 언뜻 들은 적은 있었지만, 지금은 당시 감독관들이 모두 바뀌어 그 과정을 모른다고 한다. 그러면 공사로 인하여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구럼비의 ‘도꼬마리’는 과연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이미 현장에는 공사가 다 끝나고 덩그러니 건물이 들어서 있고 남은 게 하나 없다.

양 마씸, ‘도꼬마리’ 어떵 해붑디강, 공사 허듯이 재기 촞앙 설어냅서. 그거 어시민 아니되어 마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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