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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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권일 제주영송학교장/수필가

이스라엘의 다윗왕은, 두려웠다.


거인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후에도, 연승행진은 계속되었고, 신하들과 백성들도, 최고의의 충성과 복종을 바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언젠가 맞닥뜨리게 될 패전에 대한 예감으로 두려웠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승전의 그 날. 패전의 날에 닥쳐 올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하도록 신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지혜로운 왕자 솔로몬이 반지에 새겨 아버지에게 바친 경구(警句)는, 바로 승패의 환희와 절망을 희석할 수 있는 평형수(平衡水)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리하여 그는 승리에 도취해 교만하지 않았기에, 패전의 그날에도 절망을 넘어 담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난 여름은 ,폭염으로 끓어올랐던 혹서(酷暑)였다.


미증유(未曾有)의 무더위가, 전국을 달구었다.


게다가 단비도 없어,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땡볕 아래서 타는 목마름으로 허덕였다.


그런데 어느 날. 거짓말처럼 가을이 왔고, 소슬한 바람이 이마에 섬뜩했다.


걷어찼던 이불을 덮으며, 더위에 호들갑을 떨었던 지난 시간들이 머쓱했다.


계절의 순환은, 엄정하다.


진득하게 기다리고 인내하면, 새로운 계절이 희망으로 열린다.


그럼에도, 변덕이 죽 끓듯 하는 염량세태는 매사에 조급증으로 경박하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하물며 하늘의 별들도, 생노병사의 통과의례(通過儀禮)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생자필멸(生者必滅)이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반드시 죽음을 향하고, 아름다운 꽃도 언젠가는 시든다.


그런데도 오만과 탐욕이,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사람들을 덮는다.


아집과 이기로 세상을 흐리고, 유한한 명예와 소유를 독식하기 위해 혈안이 된다.


자신, 또는 자손만대의 부귀영화를 위해 불법과 편법을 밥 먹듯 자행하고, 치욕적인 굴신(屈身)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허여된 삶의 시간이나 ,명예, 재화, 그리고 환희와 절망의 시간도 찰나이다.


불교에서, 찰나는 약 0.013초에 해당한다고 한다. 모든 것이 1찰나마다 생겼다 멸하고, 멸했다가 생기면서 계속되어 나간다고 가르친다.


그렇다면 더 이상 찰나의 미망(迷妄)에서 익사(溺死)할 것인가. 실존의 정체성을 추구하는 생활인의 철학을 견지해야 할 것인가.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무소의 뿔처럼, 펼쳐진 시간들을 당당하게 걸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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