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길언 前 교수의 강연이 취소되는 사태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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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택 의사/논설위원

제주출신 소설가 현길언 전 한양대 교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도, 제주영상위원회 주최로 지난 9월 28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릴 ‘방송영상 소재 개발 제3차 국내 워크숍’에 ‘제주의 가슴 아픈 현대사, 4·3’을 주제로 한 특강의 강연자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한 단체의 물리적 방해와 협박 등 공포 분위기로 인해 향후일정 고지도 없이 취소되었다.

방송작가들은 현 전 교수의 강의를 들으면 금새 동화되는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오히려 이들의 날카로운 비판 앞에서 현 전 교수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현 전 교수는 그의 최근 저서 ‘정치권력과 역사왜곡(태학사)’을 통하여 제주4·3을 남로당에 의한 반란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 때문에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4·3을 편파적으로 왜곡하는 인물이 4·3을 소개하는 특강 반대’를 외쳐 관철시켰다.

그러나 현 전 교수는 지극히 중립적이며 합리적인 학자이다. 그의 지론은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생겼지만 이런 반(反)인권적 사례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수립 자체를 반대한 반란을 정당화할 순 없다. 그렇다고 해서 4·3사건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생긴 반(反)인권적 사실 또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언필칭(言必稱) 해원 상생·평화를 주장한다. 그러나 작금의 행태는 원한과 상극과 분란을 조장하고 독선을 부리고 있다는 의구심이 든다.

그들이 금과옥조로 모시는 것이 ‘제주4·3사건 진상 보고서(이하4·3보고서)’이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제주4·3사건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가 2003년 10월 15일 발간한 자료이다. ‘4·3보고서’를 비판하는 사람이면 무조건 반대로 모는 ‘편향된 잣대’를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4·3보고서’말만 꺼내도 비판하는 제주사회는 극도의 포퓰리즘에 휘말리고 있다. 정말 현 전 교수의 말대로 ‘광란의 시대는 끝나지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강연과 관련하여 제주도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프로그램과 강연자를 선정했고, 논란이 일자 유족회·문화부 관계자들과 논의해 강연을 취소했다.”고 한다.

돌이켜 보면 유사한 사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른바 ‘우익’ 유족회(제주4·3정립연구·유족회를 말함)의 등록을 반려하는가 하면, 국경일 기념식 식순에 ‘4·3영령에 대한 묵념’을 슬쩍 끼워 넣기, 불량위패 존속문제 등 구체스런 일들에 비열하고 집요하게 간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4·3군경유족자 단체의 공개토론 제안에 답변도 없다.

야당의 한 국회의원은 민주평통자문회의 골든벨 학생문제집에 4·3사건이 ‘1948년 4월 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사건’이라는 대목이 있다고 문제 삼았다. 그 기술은 ‘4·3보고서’의 문장을 그대로 옮겼는데도 비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사관(史觀)으로 4·3 풀이를 한다면 해원과 화해는커녕 상생과 평화는 아득하다.

4·3사건은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구국투쟁’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반대하기 위해 일으킨 ‘반란’이며, 도민들이 엄청난 희생을 겪은 수난사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분쟁하는 나라는 황폐해지고 분쟁하는 동네는 서지 못한다. 항상 싸우다 보면 약해져 중앙의 관심이 멀어지고 소외된다. 특히 엄중한 시대상황에서 이념분쟁은 적군에게 어부지리를 주는 일이다. 자신과 소속 단체만을 위해서, 사량계교(思量計較)로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무궁한 장래와 대중을 위하고, 진실로써 대의의 표준이 서야 화해를 할 수 있다.

한 조직이 누군가의 정치적 견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강연을 물리적으로 막는 짓은 민주 사회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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