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祭祀)
제사(祭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함성중 미디어국장

한 칼럼니스트가 생전에 제사(祭祀)에 관해 이런 글을 남겼다.

 

“제사는 조상이 소집한 자손들의 주주총회, 죽은 이를 빙자한 산 사람들의 ‘그룹미팅’이다. 우리는 그런 계기를 마련해준 선인들의 지혜에 감사해야 한다.”

 

그는 “제상 차리는 사람의 수고를 난들 모르지 않으나, 그 야단법석이야말로 우리네 사람 사는 정리 아닌가. 받을 날이 멀지 않은 이의 노망으로 여기겠지만 그래도 나는 제사가 좋다”고 강변했다.

 

그러자 어느 여성 작가는 이렇게 화답했다.

 

“나도 제사가 좋다. 분명 우리의 전통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여자만 일을 하는, 더구나 아들쪽의 조상에게만 감사를 드리는 그런 제사는 싫다. 여자인 내가 내 조상에게 음식 한가지쯤 장만해 드려 나쁠 게 무엇이겠는가. 추석은 처가에서, 설은 시댁에서 제사를 지내는 그런 풍습을 만들 수는 없을까”며 여성의 입장을 표명했다.

 

▲메와 갱, 적과 떡, 생선·야채·과일·식혜….

 

제사 때마다 일일이 주부의 손으로 고르고 격식에 맞게 정성들여 빚어야 한다.

 

그나마 형제 있는 집은 다행이지만 핵가족 시대의 외며느리는 허리 펼 새가 없다.

 

중노동에 스트레스를 받기 일쑤다.

 

사실 제사상을 좌포우혜 조율이시 등 전통에 맞춰 갖추기가 쉽지 않다.

 

이런 저런 패스트푸드에 맛 붙인 젊은이들의 손길을 끌지도 못한다.

 

고인이 즐겨 드시던 음식 중심으로 가짓수를 대폭 줄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음식을 만드는 데도 가족 모두가 참여하는 분위기면 더욱 좋을 터다.

 

일찍이 동학 창시자인 최제우 선생도 제사 간소화를 가르쳤다.

 

네 발 짐승의 고기를 금하고, 국·밥·나물·건어포 정도만 권했다.

 

그의 제자인 최시형은 아예 청수(淸水)만 올리도록 했다.

 

▲가을날 이때쯤이면 집안 여러분의 기제사가 잇따른다.

 

큰형님 향화를 끝내면 부모님 합제, 뒤이어 큰아버님 제사 등을 모신다.

 

사촌형제 십여 명이 둘러앉아 이야기꽃을 피운다.

 

피붙이를 확인하고, 정겨움과 추억을 되살리는 살가운 자리다.

 

이참에 겉치레 위주의 제사상 스트레스에서 헤어나는 걸 고려해봄도 좋을 듯하다.

 

제철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움은 살리되, 고답적인 제례의 굴레는 벗어나보자고….

 

저출산으로 딸이 제사를 모시기도 하고, ‘통합제사’를 하는 집안도 있는 마당이다.

 

추모 형태로 제사를 지내는 가정도 많다고 한다.

 

무엇보다 조상님이 바라는 건 자손들의 화합과 우애일 터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