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최악을 대비하되 최선을 희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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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전략연구실장/논설위원

김정은의 폭주가 심상치 않다. 우리는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서있는 듯한 느낌으로 2016년의 4분의 3을 보냈다. 그래서 요사이 필자의 뇌리에서 계속 맴도는 질문은 김정은이 과연 어디까지 내달릴 것인가이다.

북한은 선군을 넘어 선핵의 길로 매진할 것임을 명확히 했다. 5차 핵실험도 한 상태다. 북한 핵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는 것은 점점 불가능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북한을 다룰 수 있는 레버리지( leverage·지렛대)는 군사적 억제수단에서 찾을 수 있을 뿐이라는 판단이다.

이제 핵을 가진 상대의 셈법을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포젠(B. Posen)은 일찍이 ‘핵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전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분쟁 초기 양측이 바라보는 전략적 상황에 따라 핵사용 시기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핵전쟁으로의 이행은 거의 확실하다고 보았다.

1980년대 미국은 유럽에서 지상전이 발생했을 경우 소련에 열세인 상황을 반전시키고자 핵무기 사용을 공언했다. 소련은 미국의 이러한 의도를 간파하고 유럽에서 혹은 미 본토를 향해서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하는 것을 계획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핵전력을 가지고 있었던 프랑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는 자신들이 가진 핵무기가 소련과 비교하여 절대적으로 열세이지만 자신의 영토가 침탈되는 상황이 도래하기 전에 핵을 사용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러한 논거의 기초에는 사활적 이익을 수호하기 위한 투쟁의 장에서 핵무기와 같이 효용성이 높은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남겨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미국의 싱크 탱크인 랜드 연구소는 북한이 2020년에 핵무기를 50개에서 최대 100개까지 보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감안할 때, 북한이 어떤 경우에 어떤 방식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것인가를 추정하고, 이를 억제하거나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전면적인 군사충돌이 발생할 경우, 북한은 공세적 핵운용 전략을 채택할 것이라는 평가가 여러 학자들에 의해 제기된다. 한반도에서 전면적 군사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노후한 무기를 갖고 있는 북한은 핵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핵을 움켜쥐고만 있을 경우, 전쟁에서의 패배는 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 지도부는 전쟁 패배의 결과를 두려워한다. 패배할 경우 카다피나 후세인의 경우보다 더 참혹한 미래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러한 두려움 때문에 김정은은 공세적으로 핵을 사용하리라고 본다.

훗날의 역사가들은 2010년대를 기점으로 남북한 간의 군사적 갈등양상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달라졌다고 쓸 것 같다. 북한 핵이 한반도의 군사력 균형을 깼고, 과거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보듯 북한은 핵을 믿고 보다 과감한 군사도발을 할 것이다.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과 평화의 이분법을 논하는 것은 무의미한 얘기가 되어 버렸다.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상황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수준은 필연적으로 과거와 달라질 것이며, 6차 핵실험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요즘 이러한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그러나 걱정만 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비장한 각오는 필수적이다. 북핵 대비 3축 체제인 킬체인(Kill Chainㆍ선제공격형 방위시스템),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KMPR(대량응징보복시스템) 추진에 속도를 붙이고 있지만 이런 첨단체계를 동원한 대응책도 국민의 단합된 마음이 더해져야 제대로 된 효과가 나온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되 최선의 결과를 희망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때다. 이런 태세로 임할 때라야 북한을 협상 테이블에 끌어 앉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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