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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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택진 논설실장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다. 우리나라 토지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국 땅을 모두 판 돈으로 대략 미국 땅의 절반 정도를 살 수 있다고 한다. 그 광활한 캐나다 땅을 6번이나 살 수 있고, 프랑스 땅은 8번 사고도 남는다.

범위를 좁혀 제주 땅의 가치는 어떨까. 이제 제주 부동산 값 폭등은 뉴스거리도 아니다. 자고 나면 오르고, 아니 오전과 오후가 다르고, 심지어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도 했다. 이 시점, 제주 땅을 모두 팔면 얼마나 될까. 모르긴해도 그 돈으로 제주보다 몇 배 넓은 여타의 광역시ㆍ도를 살 수 있고, 웬만한 나라도 통째로 사고도 남지 않을까 싶다.

▲1억원은 ‘큰 돈’임에 분명하다. 연봉 4000만원을 받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은 이것저것 빼고 월 300만원을 받는다. 그런 직장인이 3년간 한 푼도 쓰지 않아야 한다. 먹을 거 제대로 안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경조사 돌아보지 않는 ‘짠돌이’로 살아도 얼추 10년의 고행을 감수해야 되리라.

그런데 그렇게 눈물겨운 돈 1억도 허무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는 어디를 투자해서 앉은 자리에서 억대를 챙겼다하고, 또 누구는 물려받은 재산으로 100억대의 벼락 자산가로 등극했다고도 한다. 부동산 ‘광풍’이 몰고 온 제주사회의 풍경이 씁쓸하고, 그 속에서 돈에 대한 감각이 무뎌졌다.

한편으론 가진 재산 없는 이가 보통의 직장, 보통의 월급으로 집 사고 땅을 사는 건 이제 제주사회에서 꿈 같은 일이 됐다.

▲초저금리 시대, 부동산은 만인의 로망이다. 재테크의 가장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다. 그 유혹 앞에서 너나 없이 은행으로 달려가는가 싶다. 자기 소유의 집이나 토지를 담보하면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주는데 조금도 거리낌이 없다. 그렇게 해서 아파트나 땅을 사 두는 게 휠씬 유리하다는 계산이다. 이게 투자인지 투기인지는 모르지만, 그 대열에 합류하지 않은 이가 바보 취급 당하고 있다.

급기야 제주 가계대출이 사상 첫 10조원을 넘어섰다. ‘눈덩이’ 대출규모도 그렇지만, 더욱 놀라운 건 전국 대비 3배를 웃도는 증가 속도다.

▲단언컨대, 가계대출 10조의 원동력(?)은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 시장의 이상 과열’에 있다. 앞서 언급한 바, 너도나도 대출을 받아 땅이나 집을 사는 형국이다. 이자는 싸고 부동산 값은 뜀박질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마치 가계가 ‘부채 불감증’에 빠진 느낌이다.

옛말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느다’고 하듯이, 제주사회가 행여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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