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공개한 제주지역 면세점 매출 현황을 보면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총 매출액이 1조2541억원으로, 지난 한 해 실적을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8831억원과 비교해선 42%(3710억원)나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총 매출이 1조7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그 중 압권은 외국인 전용 면세점이다. 알다시피 제주시내에 두 군데가 있는데, 모두 대기업이 운영한다. 역시 9월 말까지 총 매출이 8079억원으로, 전년 동기 4800억원에 비해 68%(3279억)나 폭증했다. 이 대로라면 대기업 면세점의 올해 매출액이 1조3000억원을 웃돌 전망이다. 공기업인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내국인 전용 지정면세점의 매출 증가보다 몇 갑절 더 많은 것이다. 말하자면 공기업 면세점의 매출 증가는 걷는 수준인데, 대기업 외국인면세점은 날고 있다. 이처럼 외국인면세점이 떼돈을 버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주에 외국인관광객, 특히 그 중에서도 중국인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제주시내 외국인면세점 업계가 몰려드는 관광객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데 대해 시비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그 혜택을 독점한다는 데 있다. 수익 대부분이 서울 본사로 송금되면서 지역경제 파급 효과가 미미하다. 그 흔한 제주관광진흥기금조차 한 푼 내지 않고 있다. 재주는 곰(제주)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대기업)이 챙기는 꼴이라는 비유가 나올만도 하다.
면세점 사업은 그렇찮아도 일종의 특혜사업이다. 수익의 일정부분을 제주관광 발전을 위한 공적 재원으로 환원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외국인카지노들도 매출액의 10% 이상을 그렇게 납부하고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지금과 같은 외국인면세점의 ‘그들만의 잔치’는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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