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난 문화, 이대로 좋은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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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주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우리의 난계는 우리가 전통적 고유의 난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우리의 난계는 일제 강점기를 거쳐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주로 일본 한란과 중국 춘란을 수입하여 배양하면서 일본의 난 문화를 여과 없이 받아들였고,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국 춘란 배양 붐이 크게 일어나게 되자, 그 움직임이 미미하여 아무런 결실을 보지 못하였다.

그 결과 난을, 특히 춘란을 돈벌이가 되는 고가의 환금 작물 정도로 여기고 있을 뿐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보지 못하거나, 일본인들이 난을 보는 눈, 즉 일본인들의 미의식(美意識)을 통하여 난을 관상하고 있는 것이 우리 난계의 현실이다.

우리가 독자적 난 문화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음은 난을 관상할 때 기본이 되는 화색이나 화형 그리고 엽세에 대한 우리 나름의 기준이나 용어가 없다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또한 난에 대한 고유의 미적 감각, 다시 말하여 난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설명할 수 있는 고유의 안목과 이론체계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데서 명백하게 나타난다.

사정이 이러하기 때문에 우리는 걸핏하면 난이 고고하다든지, 난의 자태가 우아하고, 격조가 높다고 말하면서도, 왜 난이 고고하고 우아하며, 격조가 높은지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난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몇몇 인사를 제외하면 일반인들은 눈이 아프도록 난을 쳐다보아도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여, 옛적부터 고관의 진급 시 선물용 화초로 여기거나, 아니면 일본인들과 일부 난 상인들이 난, 특히 춘란을 고가에 구입한다 하여 터무니없이 값이 나가는 환금작물 정도로 여기게 되었다.

물론, 우리 난계에 독자적 난 문화가 없다는 비판은 너무 혹독하다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난 문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에 걸친 끊임없는 난과 인간의 접촉의 결과로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일제의 강점과 해방 후의 혼란 그리고 한국동란이라는 고난의 역사와 해방 후 서양 화초와 화훼 문화의 무분별한 유입이 우리로 하여금 조상들이 남겨놓은 난 문화의 전통을 단절케 하였음은 물론, 난과 인간의 접촉을 가로 막아 놓았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일본의 난 문화에 종속되어 버린 우리의 난 문화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며, 우리의 거실과 안방을 서양의 장미나 양란에 다 맡겨버릴 수는 없는 일이다. 새 천년을 맞이하여 우리 난계는 무엇보다도 시급히 전통을 되살려 난 문화에 독자성을 확립하고, 우리의 난초에 그 고유의 아름다움과 위상을 다시 찾아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우리의 독자적 난 문화를 다시 확립하고, 우리의 한란과 춘란에 그 고유의 아름다움과 위상을 다시 찾아주려면 어떻게 해야만 할 것인가? 필자의 견해로는 인간의 문화는 대상물에 대한 인간의 의식과 가치관의 산물(産物)이므로 난 문화도 예외일 수 없으며, 난 문화의 밑바탕도 난의 인간에 대한 가치, 즉 아름다움 등에 대한 인간의 의식에 의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서둘러야 할 일은 난의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의 독자적 의식과 이론, 즉 난의 미학(美學)을 개발, 정립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러한 작업은 그렇게 용이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난에 대한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어떤 대상물에 대한 인간의 미적 감각은 인간 모두에게 태어나는 순간부터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대상물과 끊임없는 접촉과 교감을 통하여서만 형성되는 것이며, 개개인은 대상물과의 접촉을 통하여 개개인의 의식 속에 잠재해 있는 이상(理想)이나 가치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여 줄 때 특히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고, 그러한 개개인의 대상물에 대한 미의식(美意識)이 공통적 요소를 갖게 될 때 그 대상물에 대한 문화를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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