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아줌마와 놈팽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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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성 前 제주국제대 교수/중국언어문화학과/논설위원

충남 K라는 마을의 지주인 P는 그다지 후덕하지 못하였으나 동네사람이 견딜 수 없는 불행을 당하였을 땐 발 벋고 나서 그렁저렁 존경도 받고, 알부자로 소문이 났다. 흠이라면 일찌감치 막내를 출산하다 처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장모와 처제가 자식들을 돌보았다. 공대를 나온 장녀는 결혼을 미루고 물려받은 재산이나 관리하면서 자유롭게 혼자 살겠다했는데 친구도 없고 가까운 이라고는 또래의 동네 변두리에 살고 있는 무당 딸인 C라는 여성이었다.

엄마한테 신 내림 받아, 역시 무당이 된 딸은 미래를 예측하는 통찰력을 타고나서 전국 방방곡곡에서 점 보러 오는 이가 쇄도했다. 오죽해야 군에서 산간인 이 마을 진입로까지를 포장 해주었을까.

그녀는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접하는 바람에 정부 각처의 정보를 많이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꽤 많은 동네 젊은이들을 서울의 괜찮은 회사나 공직에 취직을 시켜 주었다. 이에 군수나 경찰서장은 수시로 선물을 들고 그녀에게 문안인사차 방문하곤 했다. 그녀는 지주집안의 내력과 가정사는 물론이요, 중앙정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이미 알고 동네에 유포하여 이 마을은 국가정보가 가장 빠른 마을로 떴고 땅 투기를 했다하면 얼마 후 폭등하는 바람에 그 지역의 부동산 재벌이 되고 소규모 홍삼제조공장을 지어 알짜배기 수출업체로 키웠다.

허나 문제는 그녀의 딸이었다. 공부하고는 거리가 멀어 단거리 육상선수로 전국체전에 출전, 4등을 한 적이 있는데 이를 가지고 대학과 교육부를 들쑤셔 입상 등수를 조작, A대학 체육과에 부정입학 시켰다가 해당과 S교수의 양심선언으로 들통이나 입학이 취소돼버린 것이다.

근간의 최 모씨의 국정을 농단한 행태를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어찌 그리 상술한 내용의 무당스토리와 흡사한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제 와서 고백컨대 필자는 솔직히 지난 대선 때 찍을 사람이 없어서 박근혜씨를 찍었다.

문재인씨는 기실 노무현 대통령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했다는 경력밖에는 없는 사람이요, 현 박 대통령은 선거의 달인이었을지는 몰라도,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아버지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한 것일 뿐, 당대표를 했으나 행정조직을 다뤄본 적이 없는데다 그간의 처신이나 외국어, 연설, 옷 입는 것도 어수룩한 것으로 보아 그 사고의 영역을 측량할 길이 없었는데 이제 감이 좀 잡힌다.

빌 클린턴은 대학생 시절 인턴으로 아칸소 주 상원의원이었던 풀브라이트의 선거운동원을 하다가 나중에 아칸소 주지사가 되어 여러 면에서 전국 꼴찌였던 아칸소 주를 전국 상위권으로 발돋움 시켰다. 한국의 손학규씨는 옥스퍼드 박사, 교수 출신에다 경기도 지사 때는 클린턴 못지않은 열정으로 경기도를 전국 상위권 지자체로 올려놓았다. 대선후보 물망에 오르고 있는 반기문씨는 세계대통령이라 할 수 있는 유엔사무총장을 지낸 흠이 없는 분이다.

이번 사태는 대통령께서 바빠서 못 읽었다면 잠을 줄여서라도 세종이 항시 머리맡에 두고 읽었다는 통치학에 관한 명저인 대학연의(大學衍義)나 중국 당(唐)대의 제왕학 교본, 정관정요(貞觀政要)를 한 번이라도 정독했다면 이처럼 황당한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알지 못하겠으면 참모들에게만 의존하지 말고 각국의 훌륭했던 대통령이나 수상들의 자서전이나 기록물, 혹은 아버지의 통치행적을 참고하면 될 것 아닌가.

온 국민을 낙담과 분노로 들끓게 한 최모씨의 국정전횡은 흡사 수준이하의 얼빠진 아줌마의 작태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한국을 떠나고 싶다. 어줍잖은 인간들이 너무 피곤해서….

세기의 석학 버트란드 러셀(Bertrand Russell)은 말했다. “국회의원(대통령)이 멍청하다고 욕하지 말라. 그를 뽑은 국민은 더 멍청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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