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저울
법과 저울
  • 제주신보
  • 승인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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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올여름은 무척이나 더웠다. 사람들은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었지만 종당엔 입만 닳았다.

지나고 나니 예전 여름과 별로 다른 게 없다.

귀뚜라미 소리 청량한 가을을 맞고 보니 나무, 풀, 열매…. 어느 하나 상처 난 자국 없이 온전하다.

사람만이 구시렁거렸다. 오히려 들녘에는 황금물결이 넘실거리고, 과일들은 더위를 자양분 삼아, 속으로 삭이며 탐스럽게 익어 간다.

여름 뒤 끝은 평화로움으로 가득하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만 볼멘소리를 해댄 한 것이다.

부끄럽다. 세상은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아니라고 제 고집만 부리고 있으니.

우리가 사는 사회도 다를 바 없다. 정의롭고 평화로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자연의 법칙과 원칙에 순응하며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교묘히 이용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법과 저울이 있어도 무용지물이다.

대검찰정 앞에는 정의의 여신 ‘디케’의 동상이 있다.

두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 손에는 칼을 들고 뭔가 엄정해 보인다.

사법 정의가 계급, 지위, 신분, 연고를 바라보지 않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갖고 법을 집행하겠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법을 집행해야 할 판·검사가 법을 어기고 있다.

법을 집행하는 사법부가 법관의 일탈 행위로 인해 위상이 땅에 곤두박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급기야 대법원장이 사과 성명문을 발표했다.

한 현직 부장판사가 뇌물수수 협의로 구속된 사건에 대해 ‘실망하고 상처 받은 국민에게 사법부를 대표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법관이 지녀야 할 가장 근본적인 직업윤리와 기본자세를 저버린 사실이 드러났다며 고개 숙인 것.

그는 재판은 법관 각자가 담당하지만, 국민의 인식하는 법원은 모든 재판 결과와 경험이 녹아들어 있는 하나의 법원임을 생각해야 한다며 일탈 행위로 법원이 신뢰를 잃게 되었다고 했다.

‘믿음’이 중요하다. 국민들의 사법부의 판단을 믿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전에 푸줏간에 고기를 사러 가면 저울로 무게를 달았다.

주인과 손님이 서로 간에 갈등을 빚지만, 저울에 고기를 올려놓는 순간,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저울을 신뢰하는 것이다.

그런데 저울의 눈금을 속여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는 경우가 있어 답답하다.

요즘 사회지도층이나 리더가 구속되는 사례가 연일 보도 된다.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일해야 할 사람들이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워 있으니 안타깝다.

하루 빨리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고, 저울과 같은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사회의 지도층, 공무원, 기업인, 정치지도자 …. 갑질을 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중심을 잡고 올바른 길로 나아가야만 한다.

법이나 저울이나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인 약속이다. 그런데 그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하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거듭 말하거니와 정의로운 사회가 되려면 규정을 따라야 한다.

법과 질서를 구속으로 여기면 안 된다. 사회를 위하고, 자신을 지키는 일에 다름 아니다.

사람의 아름다운 가치 실현으로 이에 더할 게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