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개천에서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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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수저계급론, 유행된 지 일 년이 지난 신조어다.

유럽의 귀족층에서 은수저를 사용하면서, 태어나자마자 유모가 젖을 은수저로 먹이던 풍습에 빗댄 말이다. 부잣집 자식더러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라 한 게 그 어원인데, 시대를 제대로 만나 날개를 달았다.

금(은)수저·흙수저로 나뉜다. 좋은 가정환경과 조건을 갖고 태어났다는 금수저와, 부모의 능력·환경이 넉넉지 못해 경제적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한다는 흙수저.

금수저야 생활이 윤택하니 삶에 구애 받을 일이 없지만, 딱히 안정적 재산이나 소득이 없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흙수저는 힘겹고 괴롭다.

죽기 살기로 뛰어 봤자 앞에서 출발한 놈을 절대 앞지를 수 없다는 것. 흙수저는 절망적인 어법이다.

부모의 경제 수준과 자녀 수능 성적이 비례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미 나와 있다.

이를테면 S대 합격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부모의 소득인 게 증명됐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수저계급론의 신뢰 가치가 높아 갈 전망이다. 서열 높은 대학에 입학한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 바뀌고 있다. ‘너 공부 잘했구나’가 아닌, ‘너 잘 사는구나’로.

속담도 바뀌었다. ‘개천에서 용 난다’가 이제는 개천에서 용이 안 난다다. 거품 물고 뛰어 봤자 앞서 가는 자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용이 나겠느냐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빈곤층이 의외로 많다. 평균소득수준과 대비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아 보통가구총소득이 중위층 평균소득의 40~50% 이하에 속하는 상대적 빈곤층 말고도, 가구총소득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사용하는 최저생계비에 미치지 못하는 절대적 빈곤층 이른바 극빈층의 삶은 심각한 수준이다.

극빈층은 하루하루 먹고 살 걸 걱정해야 하는 계층이다. 그들에게 저축은 상상도 못하는 일로 사치일 뿐이다.

그런 계층일수록 가정이 해체 위기에 놓이기 십상이다. 삶을 꾸려 나가기가 실로 어렵다.

더욱이 손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힘없는 7,80대 노인에 이르러 경우에 따라선 매우 참혹하다.

얼마 전, 연탄을 켜 놓고 세상을 등진 80대 노부부의 죽음은 작은 한 예에 불과하다.

춥고 우울한 겨울이 눈앞인데,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어수선하다.

구속 직전 포토라인에서 수많은 취재진에 밟혀 벗긴 100만 원짜리 신발 한 짝을 보며 서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부정한 돈을 반죽 주무르듯 하며 국정을 농단한 행적이 들춰질 때마다 터져 나오는 국민의 탄식을 그는 듣는가.

촛불집회에서 한 젊은이가 들고 있던 피켓에 적힌 문구가 가슴을 저민다. ‘이게 나라냐?’

하지만 한국인은 강하다. 예쁜 보랏빛 꽃을 피우는 투구꽃 같은 모질고 독한 근성이 있다. 이영석의 ‘총각네 가게’에서 작가는 뭐라 했던가.

“똥개로 태어나도 진돗개 근성을 가진 사람이 있고, 진돗개로 태어나도 똥개 근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

수저계급론에 종주먹을 들이대 맞서는 ‘근성론’이다.

젊은이들이여, 헬조선이라 마라. 언제, 어디서나 해결책과 방법은 있다. ‘그래도 개천에서 용이 난다고 믿어야 한다, 포기하지 않으면 성공한다는 것을.’

다시 벽에 걸어 놓아야겠다. 너무 강하다 해 내렸던 가훈, “반드시 이룩하라”. 개천에서 용이 왜 안 나겠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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