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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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제주펜클럽회장/동화작가

며칠 전 제주펜클럽에서 발간한 엔솔러지 13집 ‘제주, 신의 초점을 독차지한 섬’을 홍보겸 기증하기 위하여 모 관공서를 찾았다. 그런데 담당 공무원이 매우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비매품이냐고 확인까지 하는 걸 보면서 ‘김영란법’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십여 년 전, 중산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스승의 날에 책가방은 있는데 교실은 텅 비어 있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았다.

2교시가 되어서야 나타난 아이들은 탄산음료 한 병을 들고 와서 선생님께 내밀었다. 웬 음료냐고 묻는 선생님께 반장이 설명했다. 선물 살 돈이 없어 지네를 잡으러 학교 앞 오름에 가서 지네를 잡아 판 돈으로 음료를 사왔다는 것이다. 음료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후배는 매우 감동스러워했고, 듣는 우리도 감동이었다. 아이들이 지네를 잡아 사온 음료를 청탁성 뇌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히려 사제 간의 정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까?

김영란법, 즉 청탁금지법이 시작되었다고 매스컴이 요란하고, 직장이나 학교현장에서는 연수와 정확한 판별, 각종 위원회 위원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영란법 100문 100답, 김영란법 주요내용, 김영란법 적용대상, 김영란법과 교사, 김영란법 정리 등은 인터넷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다.

김영란법의 범위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인정과 청탁의 한계점이 모호하니 당분간은 혼란이 계속될 테고 몸조심하는 게 당연한 일인 듯하다.

김영란법이 제정, 공포되면서 소값이 20%나 하락했는데 소매값은 내리지 않는다는 방송을 들었다. 선물 주고받기가 금지되어 농·축·수산물 시장이 어려워지면 내수시장에 어떤 결과가 나타날지 걱정하는 농·수·축산업자들의 심정에도 이해가 간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농·수·축산업, 요식업, 백화점, 골프장 등이 부패를 먹고 성장해 왔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특히 값이 비싼 생산물들이 선물용으로 팔려나가고, 각종 값비싼 음식이나 꽃·화환 등이 청탁성이 아니었으면 영업을 할 수 없다니 청탁금지법은 필요한 법이 아닐까?

IMF의 지난 4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는 185개국 중 28위라고 한다. 그리고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는 OECD 34개국 중 27위라고 한다. 또한 지난해 우리나라 법인이 카드 접대비가 10조원이라니 김영란법이 제정 이유에 공감이 간다.

발전이 더딘 나라일수록 부패가 만연하다고 하니 우리나라의 발전에 발목을 잡은 비중도 클 것이다.

청렴한 나라일수록 투자가 잘 이루어지고 산업이 발전한다니 앞으로 우리나라가 얼마나 달라질지 기대감이 크다.

청탁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의 불이익이나 청탁 대가로 승진가도를 달리거나 사업이 확장되었던 사람들, 공복의 역할을 다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돌아갈 불이익은 국가의 이익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을 것이다.

김영란법 때문에 사업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생겨날 것 같다. 또한 고마움이 담긴 선물이나 음식접대가 사라져 삭막해질 수도 있다. 김영란법으로 이익을 보는 국민도 있겠지만 손해를 보는 국민도 생겨날 수밖에 없으니 당분간은 혼란스러움이 그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껍질 깨지는 아픔이 없이는 새 생명의 탄생이 없듯이, 김영란법으로 우리나라의 공직사회가 달라져 더 건강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만, 인정과 소통이 단절되면 너무 삭막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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