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다니엘 블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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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돈 제주테크노파크/연구개발지원단장/논설위원

최근 사람에 대해 그리고, 사는게 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제주영화제 개막작인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그 것입니다. 올해 5월 열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식 때, 15분간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의 줄거리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주인공인 59세 ‘다니엘 블레이크’는 평생을 성실하게 목수로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러다가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되어 일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 찾아간 관공서에서 복잡하고 관료적인 절차 때문에 번번이 좌절하게 됩니다. 전화해도 1시간 이상 동안 받지 않고, 찾아가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절차를 요구합니다.

국민으로서 마땅히 받아야할 권리와 혜택을 요구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세상은 힘든 것일까요?

한편, 그가 관공서에서 만난 싱글맘인 ‘케이티’ 역시 런던에서 무연고지인 뉴캐슬로 주거지 원조를 받기 위해 이주해 왔지만 약속시간에 10분 늦었다는 이유로 상담조차 못하고 제재 대상이 되어 버립니다. 그 후 ‘다니엘’은 ‘케이티’를 도와주게 됩니다. 그녀의 집을 수리해주기도 하고, 아이들을 맡아 주기도 합니다. 아끼는 가구를 팔아야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으면서도 자기보다 더 어려운 이에게 눈을 돌릴 줄 아는 그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줍니다.

영화는 주인공 ‘다니엘’와 ‘케이티’가 정부 보조를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담담히 그려냄으로서 비합리적인 사회 시스템의 문제점과 복지 정책을 고발하며, 그를 통해 드러난 인권 침해와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니엘 블레이크’는 외칩니다.

“내 이름은 다니엘 블레이크입니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그러니 나를 사람취급해달라고, 부디 사람답게 살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사람이 자존심을 잃으면 다 잃는거요”라는 대사도 가슴에 긴 여운을 남깁니다.

이 영화는 영국의 비합리적인 관료주의와 복지 제도의 허점을 비판한 사회 비판적인 영화입니다.

그러나 비록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이지만 민영화, 허울뿐인 복지제도, 일자리 부족 등 사회적인 문제가 비단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가고 가슴에 와 닿습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일수록 서로가 서로를 도와야한다는 것, 사람간의 정(情)이 희망이라는 메시지도 감동적입니다.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보게 해준 사단법인 제주영화제에 이 지면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영화제에서 못 보신 분들은 12월 1일부터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하오니 꼭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이제 옛날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왔던 이야기를 소개하며 글을 마칠까 합니다. 거기에 보면 사람을 분류하는 세 가지 기준이 나옵니다.

‘난 사람’, ‘든 사람’, ‘된 사람’이 그것입니다.

‘난 사람’은 이름이 널리 알려지고 출세하여 세상 사람들이 많이 아는 사람입니다. ‘든 사람’은 학식이 풍부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입니다. ‘된 사람’은 인격이 훌륭한 사람입니다.

옛 어른들은 돈 잘 벌고 고관대작 되는 것도 좋고, 학식이 많은 것도 좋지만, 결국은 된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몸가짐이 겸손하고 인사성이 밝아야 한다’와 같은,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이 훌륭한 인성의 필수 덕목임을 일깨운 것입니다. 그래서 학교와 가정에서 남을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과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사양지심을 내면화하는 교육이 늘 먼저 였습니다.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나 사람이 갖추어야 할 보편 덕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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