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염치(禮義廉恥)는 청렴(淸廉)을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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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호. 21C제주유교문화발전연구원장/수필가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등의 금지에 관한법률 이른바 ‘김영란법’이 지난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법령상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함에도 이 법 시행으로 사회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직사회의 비리예방이 근본 목적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 경제활동까지 규제받는 게 문제다. 공무원뿐 아니라 언론사, 사립학교와 유치원, 사학 재단까지 섭렵하고 있으니 국민 대다수가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사에게 김밥 한 줄 건네거나 카네이션을 달아도 위법이다. 어느 경찰서 수사과정에서 4만5000원짜리 떡을 선물한 민원인이 첫 타자로 재판에 회부됐다는 보도가 있다.

제주지역의 생명 산업인 감귤을 비롯하여 청정 축산물, 수산물, 화훼까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꽃 선물을 해도 무방한 사이임에도 불법이라는 인식이 너무 퍼져버렸다. 생산과 소비, 투자까지 꺼리고 있으니 삼중침체라 한다. 시행 초기의 불가피한 과정이라고만 보기에는 넘어야할 산이 높아 보인다.

우리 선조들은 청렴하다 못해 청빈(淸貧)한 선비로 한결같은 삶을 살기도 했다. 요즘 공직자들이야 잘못이 없는 한 세월가면 승급, 승진을 한다. 다만, 거기에는 청렴이라는 굳은 심지(心志)를 전제(前提)로 해야 한다. 그나마 퇴직 후에는 청복(淸福)을 누릴 수 있는 삶의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은가.

정명사상(正名思想)은 공자의 가르침이다. 군주가 군주 노릇을 못하는 데서 혼란이 비롯하였다는 데 연유한다.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라 했다. 즉,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어버이는 어버이다워야 하고, 자식은 자식 다워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말씀이다.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도 정명론을 일깨웠다. 빗나간 시대에 자기의 본분이 무엇인가를 바로 보고 기본과 원칙에 충직함이 부모에 대한 효심이요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라는 21C의 큰 가르침이 아닌가 싶다.

저마다 갖고 있는 인성(人性)은 다르다. 인간은 원래 인의예지 (仁義禮智)의 본연지성(本然之性) 즉 어진 마음씨와 의로움, 예의와 지혜, 그리고 희·노·애·구· 애· 오·욕(熹怒哀懼愛惡慾)의 기질지성(氣質之性) 즉 즐거움과 성냄, 슬픔과 두려움, 사랑과 미움, 탐욕 등 이른바 이성(理性)과 감성(感性)을 동시에 지니고 태어난다고 한다. 하지만 혼탁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도처에 깔려있는 블랙홀에 빠져들거나 주변 환경에 오염되기 일쑤이다.

청렴의 전제조건은 전통윤리의 실천덕목인 예의염치(禮義廉恥)에 있다. 매사에 체면을 차릴 줄 알고 자기 잘못에 대한 성찰과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은 마음도 고결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도 없기 마련이다.

삼강(三綱)은 윤리도덕의 기본이 되는 세 가지 도리(道理)다. 부위자강(父爲子綱), 군위신강(君爲臣綱), 부위부강(夫爲婦綱)이다. 또 오륜(五倫)이 있다. 다섯 가지 인륜(人倫)을 말한다. 부자유친(父子有親), 군신유의(君臣有義), 부부유별(夫婦有別), 장유유서(長幼有序), 붕우유신(朋友有信)이 그것이다.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현시대에 삼강오륜은 봉건제후국의 가부장적 권위의식의 잔재라는 사람도 더러 있다. 하지만 윤리도덕의 근본적인 골격 자체는 불멸의 진리임에는 틀림없다.

이마저 무너져 버린다면 가정이나 사회는 물론 국가의 기강마저 허물어질 게 당연한 이치다. 요즘 국내 현실이 삼강오륜의 교육도장에 다름 아니다. 공자의 정명사상과 김영란법의 참뜻을 되새겨볼 때다. 예의염치는 청렴을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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