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와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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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민 제주한라대교수/논설위원

이번학기 2학년 학생들과 함께 한중FTA를 공부했다. ‘한중통상론’이란 과목의 주요 테마였다. 한국과 중국 간의 통상을 배운다면 한중FTA가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무역협회(KITA)로부터 ‘한중FTA 활용 가이드북’이라는 책자도 지원받아 학생들에게 한 권씩 나누어 주었다.

수년간의 공동연구와 실무협상을 거쳐 2015년 11월 타결되고 다시 일 년 여 만에 발효된 한중FTA는, 관세를 인하 또는 철폐하고 원산지 규정을 명확히 해 한중 양국 간 상품 무역의 장벽을 낮추었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무역, 금융, 통신, 전자상거래, 경쟁, 지식재산권, 환경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양국 간 교류 확대를 위한 제도적 틀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내년부터는 서비스 분야 추가협상도 개시된다.

학생들에게 말했다. “이번 한 학기 동안 한중FTA의 모든 내용을 이해하고, 그것들을 졸업 후까지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다. 다만, 언젠가 한중FTA 협정문이나 유사한 자료를 보아야할 때 자신 있게 읽고 이해하고, 필요하면 관련 기관에 문의를 해서라도 자신이 속한 조직의 발전을 위해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 실은 필자도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과 함께 가르치고 배우며 한중FTA를 천천히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우리는 맨 처음 한중FTA의 협상경과와 주요 협상결과를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다. 관세양허, 비관세조치, 자율할당관세(TRQ) 등의 개념을 배우고, 공산품과 농수산품의 품목별 양허협상 결과들을 검토하였다. 원산지가 왜 중요한지, 중국에서 우리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는지도 알아보았다. Positive/Negative 자유화 방식, 내국민대우, 역외가공, 메가FTA와 같은 개념들은 기말고사에 한 번 출제할 계획이다. 개별품목의 협상결과나 협정 문안을 외울 필요는 없지만, 읽어볼 때 이해는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목표였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과 한중FTA를 공부하면서 최소한 두 가지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첫째, 한중FTA는 우리의 활동 무대를 넓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 온다. 제주오일장과 같은 시장이 훨씬 크게 만들어지는 셈이다. 시장에 이르는 길이 새로 닦이고, 주차장이 넓혀지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시장 안에서 다른 상인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룰(rule)도 만들었다. 시장 확대 그 자체가 가져다주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 내다팔 물건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하면 좋은 값에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는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일이 남았다.

둘째, 필자의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앞으로 제주도와 우리나라를 위해 중요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한중FTA가 어떤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협정문을 봐도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는 대학생들이 아주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체로 광범위하고, 대부분 생소하고 딱딱한 내용이라 학생들은 어려워하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필자의 닦달과 잔소리를 참아내고 과제를 제출하고 프리젠테이션에 참여하며 한 학기 모든 과정을 마쳤다. 이들 모두에게 우선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주도의 기업과 농민, 어민들이 한중FTA라는 기회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학생들에게 이미 공개한 논술형 문제 중 하나이다. 수업시간에 똑 부러지는 정답을 알려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너스 점수를 준다고 하였다. 제주도의 대학생이라면 미리미리 자료를 찾아보고 곰곰이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결국 필자 자신에게 스스로 제기한 문제이기도 하다. 학생들이 답안지를 제출할 때 즈음, 나도 내 나름을 답안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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