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나라를 위해 몸을 바침은 군인의 본분이다).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쓴 휘호다.

일제의 부당한 재판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31살의 안 의사에게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는 편지를 보냈다.

‘옳은 일을 한 것이니 비겁하게 삶을 구하지 말라. 항소를 하는 것은 일제에 구걸하는 것이다. 대의를 위해 죽는 것이 효도’라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라고 했다.

양종수 전 육사 교장은 지난해 육사 교정에 ‘안중근 장군(將軍)’ 동상을 세웠다. 생도들에게 진정한 군인의 표상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국가와 군에 헌신하는 정예장교 육성은 육사의 모토다.

 

▲운동을 좋아했던 어린 시절=그는 1958년 제주시 일도1동(칠성통)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아버지 고(故) 양하섭씨는 삼화토목건설회사를 운영했다. 어린 시절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부친은 지난 7월 작고했다.

남달리 체력이 강하고 운동을 좋아했던 그는 제주북초에서 핸드볼 및 야구선수를, 오현중에선 수영선수로 활약했다. 제주제일고에 진학해서도 학업과 병행해 체력을 다졌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부친이 경영하던 건설회사가 부도났다.

대학에 갈 형편이 안됐다. 옆집에는 군의관 출신인 이동일 의사(당시 동일내과 원장)가 살고 있었다. 학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육사 진학을 권유했다.

이 원장은 야전 군의관 당시 육사 출신 장교들을 눈여겨봐왔었다. 근성과 체력이 강한 그에게 육사를 추천한 것이다.

그는 1977년 육사에 입교했다. 37기 동기 중에는 박정희 대통령 아들인 박지만씨가 있었다.

어릴 적 운동으로 다져진 그는 혹독한 군사 훈련에도 자신감이 충만했다.

1981년 소위로 임관하자 첫 부임지로 동해안에 배치됐다. 울진·삼천지구 무장공비 침투사건이 일어난 곳이었다. 남들은 해안 근무를 힘들어했지만 바다에서 놀며 자랐던 그는 즐겁게 군 생활을 했다.

그는 해안 경비 임무에 충실하면서도 어민들의 생업인 정치망을 도둑맞지 않도록 잘 지켜줬다. 병사들을 동원해 아침마다 마을 어귀를 청소해주니 어민들은 물고기를 갖다 줬다.

“동해안 소초 인근에는 제주에서 온 해녀들과 그 자녀들이 살고 있었죠. 아이들에게 건빵을 나눠주곤 했는데 해녀들이 성게를 가득 보내왔죠. 당시 성게는 은단의 원료로 일본에 수출할 만큼 귀했죠. 이후로 제주사람들을 만나면 누님과 형님같이 대했죠.”

   
▲ 지난 1월 육군 30사단 연병장에서 열린 전역식에서 양종수 중장과 부인이 오픈카를 타고 장병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육군 30사단은 그가 처음 사단장을 맡았던 야전부대였다.

▲육사 동기 중 선두에 서다=전방에서 야전군을 통솔하며 리더십과 포용력을 두루 갖춘 그는 육사 37기 중 늘 선두에 섰다.

27연대장(대령), 수도군단 참모장(준장), 30사단장(소장)에 이어 2012년 육본 정보작전참모부장으로 재직 시 중장으로 승진해 2군단장에 올랐다.

37기 중 ‘별 셋’은 그와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 2명이 가장 먼저 달았다.

군단장이 되면서 최전방을 지키는 장병들을 위문하러 자주 갔다. 북한군은 불과 1㎞ 앞에 있었다.

병사들을 친자식처럼 껴안아주고 따뜻이 격려하는 등 삼엄한 전방에서도 덕장(德將)의 모습을 보여줬다.

2년간 군단장을 역임한 그는 2014년 4월 육사 교장에 임명됐다. 1946년 국방경비사관학교로 태동해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육사 교장 가운데 제주 출신은 그가 처음이었다.

   
▲ 2012년 중장으로 승진해 2군단장을 맡게 된 양종수 중장(오른쪽)의 삼정도에 이명박 대통령이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

▲철인 경기 완주한 육사 교장=육사 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생도들의 체력 단련에 열정을 쏟았다. 축구와 배구, 테니스 등 ‘화랑리그’에 전 생도가 참여하도록 동기 유발에 나섰다.

생도들이 경쟁을 통해 규칙과 복종에 따르도록 했다. 리더십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훈육점수를 부여했다. 휴가증과 포상도 내걸었다.

본인 스스로가 수영(1.5㎞)·사이클(40㎞)·달리기(10㎞)를 섭렵하는 철인 3종 경기에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환갑이 낼 모레인 교장이 철인 경기에 나갈 수 있을까’라며 생도들은 의구심을 보였죠. 전방부대에 있었던 야전 지휘관 시절 자전거는 매일 탔었죠. 중학생 때 수영선수여서 수영은 전공이나 다름없었죠. 생도들은 내가 독특한 영법으로 수영을 하자 연습할 때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죠.”

그는 지난해 철인 3종 경기에서 풀코스를 완주했다. 함께 뛴 생도들과 동호회를 만들어 내년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그는 또 육사를 본 떠 ‘64독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인생의 지표가 될 교양서 100권을 선정해 졸업할 때까지 64권을 읽도록 했다. 발표하는 시간도 갖고 평가를 해서 학점에 반영했다.

“육사에 와보니 생도들은 학과 전공서적 이외의 책은 읽지 않더군요. 교수를 멘토로 지정해 독서 발표시간을 마련했죠. 소대장이 병사를 통솔하려면 의사표현을 잘해야 합니다. 역사와 철학, 상식을 적절히 인용하는 표현력이 있어야 명령이 잘 하달되죠. 독서 프로그램은 교양 습득도 있지만 발표력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었죠.”

서울 노원구에 있는 육사에 대해 일부 주민들은 이전을 바랬다. 넓은 육사 교정에 아파트가 들어서서 땅값이 오르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는 우선 30년간 방치된 테니스장을 주목했다. 대한테니스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노원구의 지원으로 지난해 9월 국제 규격을 갖춘 30면의 육사 테니스장을 개장했다. 민·군이 협력한 최초의 테니스 코트가 육사에 들어섰다.

가장 먼저 주민들에게 테니스장을 개방해 유대관계를 돈독히 했다. 육사 이전 문제는 쏙 들어갔다.

그는 내친 김에 육사 부지에 ‘화랑 야구장’도 만들었다. 인조잔디와 관중석, 더그아웃, 기록실 등을 갖춘 7036㎡(2130평) 규모다.

국내 최대 규모의 시민 야구장은 오는 14일 개장한다. 서울시민들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는 또 육사 인근에 있는 태릉선수촌과 업무 협약을 맺고 생도들이 스케이트장을 쓸 수 있도록 했다.

그가 교장을 맡으면서 생도들의 복지도 향상됐다.

“여자 생도들은 외박을 가면 맨 먼저 미용실을 찾았죠. 머리 손질에 관심이 많은 나이잖아요. 유명 미용실과 협약을 맺고 생도복을 입고가면 70%나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죠.”

여자 생도들을 진찰해 줄 산부인과 군의관이 육사에 없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는 육사 근처에 있는 유명 대학병원과 협약을 맺고 진찰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당초 유력한 대장 진급 대상자로 거론됐던 양 교장은 아쉽게도 ‘별 셋’에서 지난 1월 예편했다. 그러나 그는 군에 감사하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37기 동기생 중 298명이 소위로 임관했죠. 많은 동기 가운데 단 8명만 중장에 올랐죠. 당연히 누군가는 떨어져야 진급을 합니다. 강한 조직이 되려면 패배의식은 물론 인사에 불만을 가져선 안 됩니다. 대장으로 진급한 동기에게 먼저 축하 전화를 해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겠다고 말했죠.”

   
▲ 양종수 육사 교장(앞줄 오른쪽 두번째)이 지난해 육사 개교 69주년을 맞아 로버트캐즐런 웨스트포인트(미육사) 교장과 함께 ‘육사 선·후배 달리기 대회’에서 뛰고 있다.

▲양배추 파동 군납으로 해결하다=그는 고향을 떠나왔지만 항상 마음에는 고향을 담아왔다.

2009년 육군본부 처장(준장)으로 있을 때였다. 친구(제주도 공무원)가 양배추 파동을 걱정하며 전화를 하자 양배추 1363t을 육본이 구매할 수 있도록 나섰다.

소비를 못한 제주산 양배추 전체물량 3100t의 44%를 군납으로 일시에 해결해줬다.

“양배추가 암 예방에 좋다며 예산담당자를 설득했죠. 50만 장병들이 양배추를 먹으면 건강에 좋고 강한 군대로 키울 수 있다고 말이죠. 미리 식단 메뉴까지 만들어서 보여줬죠.”

지난 5월에는 제주대학교에서 육사가 주관하는 대학생 안보토론회가 열렸다.

15회를 맞이한 토론회에는 미국·스페인·터키·태국 등 6개국 사관학교 생도와 5개국 유학생을 비롯해 전국 50여 개 대학에서 대학생 200여 명이 참가했다.

양 전 교장이 제주대와 협약을 맺고 권위를 자랑하는 안보토론회를 고향서 개최한 것이다.

그는 “작전과 전술상으론 최전방 155마일이 요충지이지만 국가 전략적으로 요충지는 제주도입니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있고 항공기로 2시간 거리인 제주도는 국가 안보의 최전방입니다. 제주는 국제 외교문제와 분쟁을 중재할 동북아의 핵심 요충지”라며 안보토론회를 제주도에서 연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