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거인들
작은 거인들
  • 제주신보
  • 승인 2016.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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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언. 전 중등교장/시인

“세상에서 제일 큰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 답할까.

아마도 나는 질문자의 의도를 탐색하며 ‘우주? 마음?’ 아니면 또 무엇이 있을까 곱씹게 될 것 같다.

생활과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격언이나 금언, 속담 등도 대단한 존재들이다. 작은 그릇에 담긴 지혜의 큰 힘을 생각하면 작은 거인들이라 부르고 싶다.

60년대 고등학생 시절 책상 앞 벽면에 ‘노력 끝에 성공 온다’ 또는 ‘Where there is a will, there is a way(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를 써 붙였던 기억이 살아나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이를테면 ‘마실 거면 대중교통, 마셨다면 대리운전’과 같은 표어나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카피 등도 작은 거인들이다.

아포리즘의 반란인가? ‘티끌 모아 티끌’이라든지 ‘고생 끝에 골병든다’ 따위의 말에도 일리가 있음을 어쩌랴. 붕어 없이도 붕어빵이 되는 세상이지 않은가.

지난 9월 한 모임에서 진행한 2박 3일 일정의 문화탐방에 참여했었다. 첫날 숙소로 정해진 강화도의 전등사 입구 쪽에 위치한 한 호텔 안으로 들어설 때, 로비의 한 쪽에 자리한 3단 화환이 나의 눈길을 끌어당겼다. 리본에 쓰인 글이 너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돈 세다 잠들게 하소서’

글쎄 당사자는 무슨 의미로 썼으며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돈을 많이 벌어서 행복하게 주무시라는 뜻인가, 아니면 돈에 너무 빠지면 영원히 잠들게 된다는 중의적 의미인가.

돈은 양날의 칼이다. 바람이 불을 붙이기도, 끄기도 하듯이 돈은 잘 부리면 착한 종이지만 숭배하면 오히려 난폭한 주인이 되고 만다.

성경에도 돈을 밝히는 자보다 더 무도한 자는 없으니 그런 자는 제 영혼조차 팔려고 내놓기 일쑤라 했다.

정부 고위직에 들어서려는 사람들이 청문회를 통해서 돈의 노예였음이 드러나 도덕성을 비난 받은 경우가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바른 방법이 아닌 부의 축적은 양심뿐만 아니라 사회를 타락시키고 땀 흘리는 사람들을 절망하게 만든다.

나는 ‘감사하자’를 좌우명으로 삼으며 살고 있다.

큰 고통과 슬픔으로 절망에 빠졌을 때 못난 자신을 위로하고 이끌어낸 것은 역설적이게도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시련을 통해 체득한 것으로 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져야만 효력이 나타나는 치유의 처방이다.

지난 해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는 혼용무도였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의 실정으로 나라 전체의 예법과 도의가 무너져버린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병신년 한 해의 끝자락에 이르러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의 신분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지켜보는 마음 참담하다.

작은 소인으로 인해 넘어져 버린 큰 거인, 본래 작은 소인이었던가.

물고기는 머리부터 썩는다는 속담이 괜히 생긴 게 아니리라.

정의를 밝히는 촛불의 함성이 지축을 흔들고 있다. 국민이나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기원한다.

팔팔한 활력으로 살맛나게 살아가려면 지금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뉘우치며 울어도 때는 늦으리’ 속절없이 오래된 유행가 가사 한 구절이 떠오른다.

세상사, 이 또한 지나가겠지만 쉬이 지지 않을 지혜의 꽃 한 송이 피어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