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시 애월읍 오름군락지에서 큰 덩치를 자랑하는 노로오름은 노루들이 많이 서식한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사진 속 눈 덮인 오름이 바로 노로오름이다. <사진=제주시 제공>

노로오름은 크다. 표고 1070m, 비고 105m로 제주시 애월읍 일대 오름 군락지에서도 단연 돋보인다. 둘레도 2611m로 그야말로 큰 오름이다.


덩치가 큰 만큼 오름의 속살도 광활한 자연림으로 뒤덮여 있어 억새가 펼쳐진 오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늦가을에 접어든 이 때 낙엽이 진 앙상한 나무와 푸른 조릿대가 대조를 있고, 조릿대 사이길에 붉은 낙엽이 깔려 있어 마치 레드 카펫을 걷는 기분이다.

 

노로는 노루의 제주방언으로 노리라고도 한다. 노로오름에 노루가 많이 서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로는 노루 ‘장(獐)’을 써서 ’장악(獐岳)‘이라 표기한다.


노로오름은 행정구역상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속하지만 유수암리 마을과는 조금 떨어져있다. 1100도로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는데 ‘1100도로 휴게소’를 기준으로 북서쪽 방향의 깊은 수림지대에 있는 오름이다.


하지만 노로오름은 1100도로로 진입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바리메오름을 지나는 길목을 추천한다. 평화로(1135)에서 어승생 수원지 방향(1117번 도로 이용)으로 1㎞ 정도 가다보면 ‘웅지리조트’란 간판이 보인다. 간판 맞은편으로 2㎞ 가면 바리메오름 주차장이 나온다. 여기서 2.8㎞ 정도 길을 따라가면 갈림길을 만나는데 이 때 왼쪽으로 꺾는다. 1㎞ 더 진입하면 또 한번 갈림길이 나오는데, 오른쪽 방향으로 1.1㎞를 더 가면 ‘노로오름’이란 푯말이 나무에 부착돼있다. 이 길을 따라 10여 분정도 가다보면 조릿대가 끝없이 펼쳐진 노로오름 진입로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바리메오름 주차장에서 노로오름 초입까지 이어진 이 길은 호젓한 숲길이어서 날씨가 좋을 땐 자동차에서 내려 천천히 산책하듯 걸어가도 좋다.


노로오름은 길게 가로로 누운 형태로 남북으로 두 봉우리가 이어져 각각 (큰)노로오름, 족은노로오름이라 부른다. 북동쪽에도 자그마한 봉우리가 있어 세 개의 봉우리가 연결돼 있다. 노로오름은 1개의 원형 분화구와 5개의 원추형 화구로 이뤄져 있고, 족은노로오름은 1개의 원형분화구와 1개의 원추형 화구로 이뤄진 독립된 복합형 화산체다.


쉽게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일까. 제 모습을 드러낸 노로오름은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탐방로도 없어 오름을 찾았던 이들이 남겨놓은 발자취를 따라 가야한다. 실제로 노로오름을 찾은 이들이 오름에서 길을 잃어버려 119신고센터로 접수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오름의 능선은 완만하다. 조릿대 밭 사이사이 길목을 찾아 걷다보면 마른 내천이 나온다. 마른 내천을 건너면 ‘정상가는 길’과 ‘분화구 가는 길’을 표기한 이정표가 보인다.

 

이 지점을 통과해 정상에 오르면 겨울바람이 매섭게 옷깃을 파고든다. 고요하고 아늑하기만 한 오름 등반길과는 날씨가 사뭇 다르다. 오름 정상에 올랐던 누군가는 ‘바람이 머무는 산’이라 쓰여진 리본을 나무에 달아놓았다. 그 누군가도 모진 제주의 바람을 맞으며 정상에서의 풍광을 만끽했으리라.


정상에서면 삼형제오름이라 불리는 큰오름, 샌오름, 말젯오름이 사이좋게 서 있다. 또 한라산과 서부 지역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다.


노로오름의 굼부리는 원형으로 남쪽 정상과 북·서측 정상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아늑하고 포근하다. 비가 많이 온 날엔 물이 고여 연못을 형성한다. 아마도 노루들은 목을 축이러 이곳을 찾지 않을까.  모든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한 굼부리 안은 잠시나마 세상 시름을 잊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