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이 지난 3일 제주대학교에서 열린 HRA강좌에 참석한 후 고향 발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24년 전 일이죠. 지구 온난화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한 기사를 쓴 게 기억에 남습니다. 개발 만능주의에 대해 반성을 한 계기가 됐죠.”

제주 출신 김수종 전 한국일보 주필(69)은 뉴욕특파원 시절인 1992년 ‘석유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기사로 특종을 했다. 석유를 계속 쓰면 탄소세(환경부담금)를 물어야 한다는 내용의 뉴욕발 기사였다. 1면 톱으로 나가면서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가 발칵 뒤집어졌다.

그 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리우지구정상회의’가 열렸다.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정상들이 참석, 화석연료(석유)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보고 기후변화협약을 채택하는 회의였다.

정작 우리 정부는 시큰둥했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총리도 참석을 하지 않기로 했다. 나라 체면이 서질 않게 됐다. 당시 외교부 정래권 과장이 한달음에 뉴욕에 와서 김수종 특파원을 찾았다. 리우회의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얘기했다. 한국일보에 1면 톱 기사로 나가면서 총리가 참석하게 됐다.

“그 때는 개발도상국이라 석유 확보가 중요할 때였죠.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죠. 밋밋하게 중요한 환경회의라고 썼으면 총리는 리우에 가질 않았을 것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탄소세를 부과하는 데 초점을 맞춰 기사를 쓴 게 약발이 먹힌 거죠.”

한국일보에서 31년간 언론인으로 활약한 그는 2005년 정년퇴직했다. 1992년 리우회의 취재를 계기로 환경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에는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에선 NGO대표로 참석했다.

현재 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제주그린빅뱅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에는 환경보다 고향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제주대학교 등 지방대 출신들이 취업 정보가 부족해 경쟁에서 밀리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재능 기부로 시작한 강연을 정기 강좌로 개설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제주대에서 매주 주말마다 휴먼르네상스아카데미(HRA:Human Renaissance Academy)가 열리고 있다. 햇수로 10년이 됐다.

“사회와 직장에서 요구하는 것이 뭔지를 대학생들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었죠. 취업도 중요하지만 제주의 대학생들이 세계화에 맞춰 다양한 사고를 갖도록 인성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게 목적이었죠.”

2006년 제주대생 20명, 탐라대생 5명 등 25명이 1기로 출발해 HRA강좌가 시작됐다. 매 기수마다 30명 안팎을 선발하고 있다. 올해는 10기생으로 37명을 참가했다.

연간 약 100명의 강사진이 제주대에서 와서 강의를 하고 있다. 강사는 정치·경제·문화·언론 등 각계 인사로 구성돼 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