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600년 동안 제주를 지켜온 수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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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읍성 입구에 돌하르방 세워...지금은 이산가족 신세
▲ 제주시 관덕정 앞에 세워진 돌하르방. 이 돌하르방은 조선시대 제주성 서문 입구에 있었으나 성문이 헐리면서 관덕정으로 옮겨졌다.


돌하르방은 제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자 수호신이다.

툭 튀어나온 눈, 벙거지 같은 모자를 쓴 머리, 구부정한 자세에 두 손은 배를 감싸 안으면서 해학적이면서 동시에 위엄을 갖추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우석목, 무석목, 벅수머리, 돌영감, 수문장, 장군석, 옹중석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렸다.

백성들은 대부분 우석목이라고 불렀다. 우석목은 우석(偶石·석상)과 목(木·집 입구 정낭기둥)’의 합성어다. 육지에선 장승을 두고 ‘벅수’라 불러왔다.

돌하르방은 아이들이 널리 불렀던 이름이었다. 1971년 제주도민속자료 제2호로 지정되면서 공식화됐다. 돌하르방이 공식명이 된 것은 불과 45년 전 일이다.

돌하르방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김석익의 편년체 역사서 ‘탐라기년’에서 ‘영조 30년(1754년) 목사 김몽규가 옹중석(翁仲石)을 성문 밖에 세웠다’는 내용이다.

옹중은 중국 진시황 때 흉노족을 토벌한 용맹한 장수인 완옹중을 지칭한다. 사후에 그의 동상은 중국의 성문 앞에 세워졌고, 나라를 지킨 주인공이 됐다.

원조 돌하르방은 제주목·정의현·대정현 등 삼읍(三邑)으로 행정구역이 나눠졌던 약 500년(1416~1914) 동안 모두 48기가 세워졌다.

제주성 동·서·남문 앞에 서로 짝을 이뤄 8기씩 24기와 정의성과 대정성의 동·서·남문 앞에 4기씩 24기 등 총 48기가 들어서 있었다.

그런데 제주성에 있던 1기는 분실돼 현재 47기만 남아있다. 또 제주성 동문에 세워졌던 2기는 1960년대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옮겨져 현재 제주에는 총 45기의 돌하르방이 서 있다.

원조 돌하르방이 뿔뿔이 흩어진 첫째 원인은 제주항 공사 때문이다. 일제는 1926~1929년 제주항 축조를 위해 제주성 성담의 3분의 2를 허물어 방파제 골재로 성돌을 바다에 매립했다.

▲ 1914년 제주성 동문 밖에 세워진 돌하르방 모습.

성이 헐리면서 성문을 지키던 돌하르방은 이산가족 신세가 됐다.

두 번째 원인은 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방치해 놓은 탓이다. 현재 동문·서문·남문터 등 제 위치에 있는 돌하르방은 한 개도 없다.

제주성내 돌하르방은 흩어지면서 관덕정(4기), 제주시청(2기), 제주대학교(4기),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2기), 삼성혈(4기), 제주공항(2기), KBS제주방송국(2기) 등에 가야 볼 수 있다.

돌하르방은 성문 입구에 서로 마주보며 배치돼 마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는 수호신적 기능을 했다.

또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이 몰래 돌하르방의 코를 쪼아서 빻아 먹으면 아이를 잉태할 수 있다는 속설이 있어서 주술·종교적인 기능도 있었다.

특히 성안과 밖을 나누는 경계 구분이나 외부인의 성문 출입을 제한하는 금표(禁標·출입금지 푯말)로서 육지의 장승과 비슷한 역할을 했다.

돌하르방의 기단석(받침돌)을 보면 지상에서 무릎정도 높이에 한 쪽은 기역(ㄱ)자로 파여 있고 한 쪽은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에 정주목을 얹어 통행을 제한했다.

돌하르방은 삼읍성 별로 얼굴 모습과 크기가 다르다. 제주성의 돌하르방 크기는 평균 181.6㎝에 이른 반면 정의성은 141.4㎝, 대정성은 136.2㎝ 정도로 작다.

제주성 돌하르방은 둥근 눈과 뭉툭한 코 등 볼륨감이 좋고 눈썹까지 조각돼 있다. 입은 앙다물거나 끝을 살짝 올려 수문장으로서 위엄이 짙게 묻어난다.

정의성 돌하르방은 삼각형으로 튀어나온 코를 빼고는 납작하고 눈초리가 살짝 올라간 채 입은 일자로 다물고 있다.

대정성 돌하르방은 눈은 이중 음각선의 타원형으로 새겨져 있고 코는 바깥 면을 얕게 파낸 탓에 도드라진 모습이다. 입은 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 표정을 짓고 있다.

현재 관광기념품으로 제작된 것은 제주성 돌하르방을 모델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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