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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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영 경희미르한의원 한의사

화병(火病)은 울화병(鬱火病)의 줄임말이다. 화(火)가 쌓여서(鬱) 생긴 병(病)이라는 뜻이다.


화병은 문화 관련 증후군의 하나로써 미국정신의학협회 DSM-Ⅳ(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게 편람 4판)에서는 한국식 명칭 그대로 ‘Hwa-byung’으로 표기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에서만 발견되는 특이한 증상이다.


요즘 들어 많은 변화들이 있지만 그래도 아직 한국에서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사람이 어른스럽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감정은 의식적으로 자제할 수는 있지만 무의식에는 그것들이 누적된다. 머릿속에서는 잊었다고 생각한 감정, 몸과 무의식은 기억한다.


사랑에 빠졌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빛이 초롱초롱해 지는 것, 배가 고파서 힘들 때 꼬르륵 소리가 나는 것, 충격 받았을 때 얼굴빛이 달라지는 것 등등을 의식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감정으로 인한 신체적 증상들은 인간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 게다가 부정적 감정의 누적이 심해지면 신체에는 여러 가지 증후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억울함이나 분노 등이 쌓여서 생기는 화병증상은 다양하다. 소화가 안 되거나 목구멍에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 목구멍에 뭔가 걸린 듯한 느낌, 숨이 막히거나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림, 자꾸만 한숨이 쉬어지는 것, 두통이나 어지러움, 손발 저림, 상체 위주로 열이 심하게 나거나 땀이 많이 나는 것, 불면증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본인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집안 일이나 직장 일, 대인관계 상의 어려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추후 더 큰 질병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화병 치료는 그리 쉽지 않다. 증상을 호전시킨다 하더라도 환경의 개선 없이는 완치가 어렵다. 환자가 외부자극에 의해 반응하는 감정 패턴도 고착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환자가 꾸준히 그 패턴을 깨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이미 좌절감에 휩싸인 상태라 그 의욕을 끌어내기가 참 어렵다. 더욱 어려운 것은 환자 본인은 외부환경의 변화만을 기대하고 환자를 둘러싼 사람들은 환자의 변화만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화병 환자나 가족들에게는 이런 솔직한 조언이 탐탁지 않을 수 있겠지만, 환자 본인과 그를 둘러싼 환경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하며, 그런 용기를 내었을 때 지지해주고 받아들여주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화병 증상으로 지쳐있는 몸을 달래주는 치료가 필요하다.


대한민국에만 존재한다는 화병. 감정 표현에 서툰 우리나라 사람들이 조금씩 솔직해질수록 화병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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