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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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허자. 광주대각사 주지/제주퇴허자명상원장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이다. 그런데 요즘 대한민국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다름 아닌 박근혜 대통령과 엊그제 국회 청문회에 등장한 한국의 9대 재벌 총수들이 바로 그들이며 최순실과 우병우, 김종, 김기춘 등이 이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언론을 통해 이들의 언행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분노는 수백만의 촛불시위로 타오르고 있으며 이 촛불은 어느덧 횃불로까지 번지고 있다.

봇물처럼 타오르는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 나는 두 가지 엇갈리는 생각이 떠오른다. 하나는 자신의 죄를 가리기 위해 연신 거짓 혀놀림과 변명으로 일관하는 그들이 분노를 넘어 불쌍하기까지 하다는 것과 둘은 역시 대한민국 국민들은 세계사에 빛날 위대한 유전자를 조상들로부터 이어 받았다는 뿌듯한 자긍심이다.

역사는 거울이다. 역사를 조금만 들여다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정의가 영원히 땅에 묻힐 수는 없다. 반드시 사필귀정(事必歸正)으로 불의는 정의를 덮지 못한다. 거짓 증언을 일삼는 사람들일수록 표정은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공자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인격의 척도로 삼은 것은 그만큼 말과 판단력이 중요함을 깨우쳐 준 것이 아닌가 한다.

며칠 전 오렌지카운티에 살고 있으면서 재미동포들의 오피니언리더 역할을 통해 교포사회에서 존경을 받고 있는 단암(정찬열)선생으로부터 미주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 한편을 이메일로 받았다. 그는 ‘대통령은 아버지인가 머슴인가’라는 칼럼에서 “대통령이 머슴이 되어 국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태도와 아버지로서 국민 위에 군림하는 자세가 어찌 같을 수 있겠는가?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해법도 그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을 아버지로 여긴다면 대통령이 어떤 잘못을 했더라도 탄핵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머슴이라고 한다면 상황은 다르다. 머슴은 주인을 위해 일한다. 일을 잘하면 칭찬을 받겠지만 반대의 경우 주인은 머슴을 쫓아낼 권리가 있다.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머슴은 군말 없이 짐을 싸야 한다. 그게 머슴의 운명이다”라고 주장했다. 곧 대통령은 국민의 민복, 머슴이요 일꾼이라는 얘기이다. 이런 명명백백한 사실을 초등학생도 알법한데 왜 청와대의 그는 모르고 있을까?

대통령도 물론 사람이다.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잘못도 저지를 수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어디 그냥 사람인가? 막강한 권력을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것만큼 무거운 책임과 의무를 지닌다. 그러므로 대통령으로서 잘못을 했다면 국민 앞에 변명과 사과를 할 것이 아니라 용서를 청하고 그야말로 스스로 질서 있는 퇴진을 해야 맞다.

하지만 그는 야3당과 비박들까지 탄핵을 결의함에도 불구하고 헌재의 결정까지 버티겠다는 옹고집을 피우고 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나락으로 스스로를 몰고 가는 것일까?

이것이 인간의 탐진치(貪瞋痴)요, 오욕락(五慾樂)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가 계속 이렇게 버틸수록 그자신이 그렇게 사랑하고 존경한다는 국민은 매주 토요일 밤마다 광장에 나아가 촛불을 들고 매서운 추위에 떨어야 한다.

금번 비폭력 촛불집회를 보라. 우리 국민들의 시위문화는 그동안 얼마나 성숙되고 발전했는가 말이다. 이는 그야말로 노벨평화상감이다. 촛불집회에 수백 만 명의 사람들이 운집하여 청와대 100m 전방까지 접근해 시위를 벌였지만 누구 한 사람 경찰에 체포되거나 끌려가지 않았다. 참으로 놀라운 변화이며 시민혁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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