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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운 BHA국제학교 이사, 시인/수필가

“안녕하세요? 얼굴이 몹시 행복한 표정이이네요.”


“예, 좀 기쁜 일이 있습니다. 사실은 690만원을 모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어떻게 모으셨어요?”


“예, 저는 아주 오랫동안 골초 생활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2년 전에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리고 담배 값을 모아서 보람된 일에 써보자는 생각도 했습니다. 2년이 다 되갑니다. 매일 만원씩을 저금통에 모았고, 오늘 드디어 6백90십만원이 되었습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담배를 끊어 건강을 찾고, 또 어려운 이웃을 도와 행복을 전파하게 되니, 얼마나 보람이 크시겠습니까?”


얼마 전부터 매주 만나는 지인으로부터 들은 얘기다. 항상 잠바 차림에 수수한 모습으로 나타나시는 그 분은 언제나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또 구수한 입담으로 우리를 언제나 정겹게 한다.


알고 보니 그 분은 해마다 여러 가지 경로로 많은 자선과 봉사를 하고 있었다. 얼마 전엔 부부가 각각 1억원씩을 공익사업에 기부하기도 했다.


잘은 모르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많은 어려움을 격으면서 성실히 열심히 살아온 사람임에 틀림없다. 대학생부터 일과 학업을 병행해야 했고, 신혼 시절엔 아이들 기저귀 살돈이 없어 애태웟다는 얘기도 들었다. 어려움을 잘 알고 이해하기 때문에 즐거이 어두운 곳에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프리카에 있을 때가 떠오른다. 아프리카 인구는 세계의 15%가 되지만, 세계 빈곤 인구의 25%를 차지한다. 쓰레기를 버리러 가면,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던 친구가 기다린다. 봉지를 놓으면 쓰레기를 뒤져 우선 먹을 것을 찾고 또 계속 뒤진다. 그가 떠나면 개들이 몰려온다. 이어서 고양이가 뒤지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소들은 플라스틱도 먹어 치운다. 공개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먹을 것을 좀 남겨 올 걸 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국제연합식량기구(FAD)에 의하면 전 세계 10세 미만의 어린이들은 5초에 한명씩 굶어죽고, 저개발국 아이들 중 10%가 다섯 번째 생일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아이들이 사망하는 것은 전쟁이나 질병이 아니라 굶주림이 주 원인이다. 그리고 세계식량계획(WFP)에 의하면 굶는 아이들의 하루 식비는 19센트(한화 200원) 정도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식량은 연간 일인 당 약 300 Kg으로 전 인류가 소비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그런데 그중 3분의 1이 가축 사료로 쓰이기 때문에 기아의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000년 150개 국가가 모여 앞으로 15년 이내에 세계의 기아를 공동으로 해결하자고 결의했다. 그러나 15년이 지난 오늘도 굶주림의 문제는 요원하다. 아직도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인구는 12억명이 되고, 2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은 27억명이 된다.


체계적인 정책을 세계의 지도자들이 함께 만들어 추진하고, 가진 자가 충분히 베풀지 않고는 세계의 굶주림과 불평등은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유년의 빈곤은 성년의 빈곤을 낳고, 성년의 빈곤은 파괴적 정치 문제를 낳는다. 가난이 대물림되지 않도록 누구가, 어떤 방법으로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이제 바로 세밑이다. 가진 자는 더 가지려 하고, 없는 자는 더 가난해 지는 세상엔 정의와 평화가 없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나를 저울 해 본다. 잘 베풀었을까? 이웃을 기쁘게 했을가? 사회에 도움이 되었을까? 가치 있게 걸어왔을까? 나는 지금 바르게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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