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秋月/微韻(추월/미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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作詩 鹽丁 金用來(작시 염정 김용래)

三更皎月漢天微 삼경교월한천미 깊은 밤 달 밝으니 은하는 더욱 희미한데

梧葉庭前已落飛 오엽정전이락비 앞뜰 오동잎은 이미 떨어져 날리네/

蟋蟀秋聲茅屋滿 실솔추성모옥만 귀뚜라미 가을소리 초가에 가득한데

黃花香隱浸周圍 황화향은침주위 국화향은 은은히 주위로 퍼져나가네/

書窓竹影洗塵俗 서창죽영세속진 창에 비친 대그림자 속된 먼지 씻어내고

虛室殘燈思是非 허실잔등사시비 조용히 희미한 등불에 옳고 그름 생각해보네/

世事一時游旅客 세사일시유여객 세상살이 한때 지나가는 나그네인데

吾知往處但西歸 오지왕처단서귀 알 수 있는 것은 서쪽으로 가고 있다는 것/

 

▲주요어휘

△漢天= 하늘의 은하수 △蟋蟀= 귀뚜라미(귀뚜라미 실, 귀뚜라미 솔) △茅屋= 초가집(띠 모, 집 옥) △虛室= 조용한 방(빌 허, 집 실) △是非= 옳고 그른 것 △游旅客= 나그네(놀 유, 무리 여, 손 객)

 

▲해설

나의 고향은 조천이다. 60년대 초까지 전기 없는 등잔불 생활이어서 달 밝은 밤이면 으레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노는 것이 일상사였다. 지금은 낮 같은 밤 생활을 하다 보니 달이 뜨는지, 안 뜨는지, 별은 아예 내 상념에 지워진 것 같다. 이제 70이 넘어 직장 일을 그만두고 한가히 지내고 있다.

 

옛날 가을 하늘은 맑고, 밝은 달빛에 은하수는 더욱 뚜렷했었다. 정원의 오동잎은 벌써 떨어져 날리는데 농촌의 초가엔 귀뚜라미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며, 울타리 밑엔 국화꽃 향기 밤공기를 타고 은은히 풍겨 온다.

 

하얀 창호지 창엔 대 그림자가 바람에 흔들리며 대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는 것 같다. 희미한 등불아래에서 일의 옳고 그름을 생각해 보지만, 세상살이가 그저 한때 지나가는 과객에 불과할진데 따질 것이 무엇일 것인가?

 

내가 다만 알 수 있는 것은 우리도 결국 서방정토로 가고 있는 것이다. 가을은 서쪽을 가리키며 다음 겨울은 북쪽인 것이다. 그 다음은 봄이오며 봄은 동쪽으로 다시 돌아 사계절을 이루듯 모든 것이 자연 섭리인 것을 이제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해설 염정 김용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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