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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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숙, 제주복식문화연구소장

아침 식사준비를 위해 싱크대 앞에 서면 한라산을 볼 수 있어 참 행복하다.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보이는 한라산은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의 생활공간이며 소소한 행복을 주는 요소이다. 그리고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한라산 자락의 온갖 식물들의 변화는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 어느 마을에서나 볼 수 있는 산을 제주도 사람들은 고향이라 하고 어머니의 품이라고 한다. 마주 바라보면서 우리의 기쁨도 아픔도 그리고 괴로움도 함께 하며 생명을 기댈 수 있는 품을 내주고 또한 생명이 다하는 날 묻힐 자락도 내준다.

 

할머니들은 ‘한락산은 멩산이라’고 하며 한라산을 향해 오줌도 싸지 않는다고 한다. 할머니들은 명산이라는 의미 속에 우리를 지켜주는 산이라는 의미가 더 강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라산을 바라만 보아도 가슴이 시원해진다고 한다. 살아오면서 생긴 크고 작은 생채기를 한라산을 바라보며 긴 숨을 토해내면 살 것 같은 것이다. 일상에서 어느 누구도 아닌 그저 바라볼 수 있는 한라산으로 인해 힘을 얻고 일상의 행복을 얻으며 살아온 삶이다.

 

한라산이 늘 그 자리에 있기에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요즘 시멘트벽에 가려져 볼 수 없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늘 우리와 함께하며 소소한 행복을 주던 우리의 생활공간이 어느 날 사라지는 황당한 일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 집에서 한라산을 볼 수 있는 창문 너머 빈 공터에 펜스가 쳐져 있는 것을 보니 조만간에 건물이 들어 설 모양이다. 점점 인구가 증가하여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건물이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주장도 편다. 많은 불편함과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와 그리고 우리의 소소한 행복마저 사라지게 만들면서 진행되는 건물들은 정말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그 방법밖에 없는 것인지? 오래 길게 가려면 너무 빠른 속도를 멈추어 가는 방향 끝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시간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다고, 그래서 길도 넓히고 건물도 지어야 하는가. 여기 오는 사람들은 높은 빌딩 숲을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른 지역과 다른 문화와 깨끗한 자연경관을 보고 싶어 찾아오는데 그 경관이 자본가의 사유화가 되고 있어 안타깝다.

 

어느 오피스텔 분양광고 문구가 생각난다. ‘한라산이 보이고 바닷가가 훤히 보이는 최고의 위치’ 라고 한다. 한라산과 바다 경관은 이제 우리 오피스텔 소유가 되었으니 그 주인을 찾습니다 라는 소리로 들린다.

 

우리는 우리의 행복을 지켜달라고 도의원과 도지사를 뽑았다. 생활 속에서 소소하게 느끼는 행복은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되었는데 이제 그 힘을 어디서 얻을 것인지. 할머니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무엇으로 치유해 줄 것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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