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여행 기록이 남긴 역사의 한 페이지 불후의 명작되다
(6)여행 기록이 남긴 역사의 한 페이지 불후의 명작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15세기 조선 선비의 목숨 건 중국 표류기...선진문명에 대한 상세 기록 ‘흥미진진’
▲ 북타임에서 담소를 나누는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부위원장(사진 왼쪽)과 임기수 대표.

▲책소개=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500여 년 전 조선 성종시대 바다를 표류한 ‘표해록’을 쓴 최부의 이야기. 중국의 명나라에 관한 자료가 풍부하게 담겨 있어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보다 가치를 더욱 인정받고 있다. 조선의 관리 최부의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다.


▲대담자


임기수=서귀포시 착한서점 ‘북타임’ 대표. 독서운동가. 12년간 제주시 설문대어린이도서관 관장을 지냈으며 현재 ‘책과 문화가 함께하는 서점’을 목표로 서귀포시에서 서점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안재홍=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부위원장. 목사. 제주의 진정한 변화는 책읽기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해 지역독서 운동을 하고 있으며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을 만들어 이주민의 제주 정착도 돕고 있다.

 

▲ 동방의 마르코 폴로 최부

▲여행 기록이 남긴 역사의 한 페이지, 오늘에 이른 뜻은?


아는 만큼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여행은 누가 하느냐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달라진다. 특히 어떠한 여건과 상황에서 여행했는가에 따라 그 맛과 색은 더욱 달라진다. 15세기 조선의 선비요 관리였던 최부가 예기치 않은 풍랑을 만나 뜻밖의 여행을 하게 된다. 목숨을 건 여행인 셈이다. 의외성은 인생의 밥과 같다. 매번 만날 수 있고 우리 몸을 유지 성장시키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매우 큰 예외적 상황에 처해 있다. 조선의 선비에게서 오늘의 의외성을 자양분으로 삼을 키워드를 찾을 수 있을까.


안재홍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부위원장(이하 ‘안’): 책을 읽으신 소감은 어땠나요.


임기수 ‘북타임’ 대표(이하 ‘임’): 태어난 곳이 바다마을이라 바다는 자연스러운 벗이자 생활 일부였어요. 평상시 탐라 시대부터 해양문화, 항해술에 많은 흥미를 느끼고 관련된 책들을 찾다 이 책을 접하게 됐습니다.


최부는 조선 성종 때 제주관아의 관리였죠. 아버님 상을 당하여 육지로 나가다 풍랑을 만나 표류하게 됐고, 중국의 강남땅에 상륙해, 북경을 거쳐 조선으로 돌아옵니다. 무려 여섯 달 동안 온갖 고생을 겪는데, 그 여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실존하는 문헌을 바탕으로 500여 년 전의 중국(명나라)의 제도와 문화를 이야기식으로 쉽게 구성했습니다.


안: 자신이 겪은 중국 체험서라고 볼 수 있군요.


임: 그렇죠. 책을 쓰게 된 목적은 관리였던 최부가 표류를 마치고 한양에 도착했을 때 당시 임금인 성종의 명에 의해 자신이 겪은 일을 일기문으로 보고했고 이것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원래 책명은 최부의 호를 따서 ‘금남표해록(錦南漂海錄)’으로 기록됐습니다.


안: 혹시 여행 중에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경험이 있나요.


임: 2010년도에 유럽의 책 마을과 책방, 도서관을 찾아 한 달 넘게 유럽 각지를 돌아다녔어요. 패키지여행이 아닌 그야말로 누구도 찾지 않는 산간오지의 책 마을, 책방을 무작정 찾아갔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요. 책 마을을 못 찾아 프랑스의 산골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민가에서 추위에 떨며 신세를 진 기억,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공항이 폐쇄되어 일정대로 집에 못 돌아오고 일주일 이상을 여비도 없이 떠돌아 다녔던 기억 등이 새롭네요. 이 책의 주인공인 조선 시대 최부 일행들과 현시대의 내가 하나가 되는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요(웃음)


안: 그런 때 어려움을 어떻게 벗어나시나요.

 

▲ 임기수 대표

임: 당황하기도 합니다만 천성이 낙천적이라 이왕 이렇게 된 것 실컷 즐겨보자(!)는 편입니다. 그러면 새로운 여행의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어떤 상황이든 색다른 여행지의 상황에 맞게 자신을 적응시켜 나가는 거죠.


안: 책에서 인상 깊은 내용은?


임: 최부가 항주의 전단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일행에게 강어귀에 있는 거대한 육화탑에 관한 전설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1488년에 있었던 그 탑이 아직도 건재하다더군요. 언젠가 항주에 가면 꼭 이 탑을 구경하고 싶습니다. 


안: 표해록이 현대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임: 최부가 살았던 시대에 여행은 대단히 제한적이었죠. 그는 공무상 여행을 했는데, 폭풍을 만나서 표류하였고 명나라 문명을 접하게 됐습니다. 목숨을 부지 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발단된 선진문명을 상세히 기록한 점은 대단하다고 봅니다. 역사는 기록의 산물이죠. 당시 이름 모를 수많은 사람이 조선을 벗어나 떠돌아 다녔을 텐데 최부보다 더한 역경과 흥미진진한 상황을 겪었을 수 있죠. 하지만 기록이 없는 관계로 후세에는 전해지고 있지 않지요. 표해록은 현대인들에게 기록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봅니다. 요즘의 시국도 철저한 기록으로 남겨 후대의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안: 오랫동안 설문대어린이도서관장으로 지내셨는데 좋은 책 고르는 법이 있나요. 혹은 좋은 독서지도법이 있으면 무엇인가요.


임: 개인적으로 어린이 책 중 그림책 분야를 좋아하고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편입니다. 그림책은 0세에서 100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의 조화,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만으로 무한정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이부자리에서 그림책을 꾸준히 읽어주다 보면 아이들의 정서는 물론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교육보다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 확신합니다.

 

▲ 안재홍 부위원장

안: 나만의 책 읽기 방식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임: 기본적으로 책을 대단히 느리게 읽는 편입니다. 책을 읽다 이해 안 되는 부분이나 혹,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 여지없이 처음 부분으로 다시 돌아가 읽는 습관이 있습니다. 한 작가의 책에 흥미를 느끼면 그 작가의 책들을 모두 읽어 버리는 좀 독특한 습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쓰메 소세키나, 무라카미 하루키 책에 손대기 시작하면 그 작가의 책들을 한 권도 빠짐없이 읽고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죠. 


안: 서점카페를 운영하면서 보람된 일은 무엇인가요.


임: 망설인 끝에 책방을 열었는데 경험도 없고 엄청 걱정되었죠. ‘내가 생각해왔던 새로운 책방의 개념이 제주시도 아닌 서귀포에도 통할까?’ 처음 오시는 분들이 “도대체 여기가 뭐 하는 곳이냐?”, “돈을 내고 이용해야 하느냐?” 고 하실 정도였죠. 이런 혼란 과정을 거쳐 이제는 ‘북타임’을 내 집같이 편안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이게 보람인데, 1년이 지나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마니아층도 생겼습니다. 이분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저에게는 소소한 재미죠.


안: ‘책 읽는 제주’를 위해서 좋은 의견이 있다면 얘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임: 느리지만 제대로, 힘들지만 바르게, 어렵지만 끝까지 갔으면 합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