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가을의 마법’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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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K-리그 제패
축구 용광로에서 온 포항의 전사들이 대망의 K-리그 정상을 밟았다.

젊은 브라질 사령탑 세르지오 파리아스 감독이 이끄는 ‘한국형 삼바군단’ 포항 스틸러스가 리그 2연패를 노린 호화군단 성남 일화를 물리치고 K-리그 통산 네 번째 우승 별을 가슴에 새겼다.

정규리그 5위 포항은 11일 성남 분당구 야탑동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삼성 하우젠 K-리그 2007 챔피언 결정전 2차전에서 전반 43분 시즌 중 영입한 브라질 용병 슈벵크의 결승골로 정규리그 1위 성남을 1-0으로 제압했다.

지난 4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챔피언 결정전 1차전에서 3-1 완승을 거둔 포항은 1, 2차전 2전 전승에 합계 스코어 4-1로 황금빛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86년과 1988년, 1992년 리그를 제패한 포항은 이로써 15년 만에 통산 네 번째 우승 별을 가슴에 달았다.

1995년 챔프전에서 일화 천마에 진 포항은 12년 만에 빚을 갚았고, 2004년 수원 삼성에 져 준우승에 그친 아픔을 씻고 ‘챔프전 3수’ 끝에 한을 풀었다.

6강 플레이오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경남FC, 울산 현대, 수원 등 강호들을 연파한 포항은 승점 16점이나 앞서는 성남을 잠재우며 2007년 녹색 그라운드의 가을잔치에서 반란의 역사를 썼다.

올해부터 6강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K-리그에서 5위 팀이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K-리그 3년차 파리아스 감독은 시즌 말미부터 파죽의 7연승을 일궈내며 이른바 ‘파리아스 마법’을 완성했다.

반면 통산 일곱 차례 우승 경력의 성남은 국가대표급 라인업으로 시즌 내내 1위를 달리고도 마지막 순간 우승컵을 내줘 올 시즌을 ‘무관’으로 마감했다.

경기 전 파리아스 감독은 말을 아꼈다. ‘집중, 또 집중하고 효율적으로만 하라’고 지시했다.

두 골차 부담을 안고 나온 김학범 성남 감독은 ‘따라갈 능력은 충분하다. 시즌 중에도 일곱 번이나 역전했다’며 이를 악물었다.

포항은 슈벵크, 고기구 투톱에 따바레즈를 삼각편대로 놓고 박원재, 최효진이 좌우 측면을 파고들었다.

‘철인’ 김기동과 황지수가 중원을 지키고 김광석, 황재원, 조성환이 견고한 스리백을 짰다. 수문장은 올림픽호 주전 정성룡.

성남은 김동현, 남기일, 최성국으로 짠 토종 스리톱에 김두현이 중거리포를 장전했다. 김상식, 손대호가 뒤를 받치고 포백은 변함없이 장학영, 조병국, 김영철, 박진섭이 포진했다. 김용대가 장갑을 받아들었다.

최성국의 마르세유 턴 돌파 묘기로 기세를 올린 성남이 초반 공격을 주도했다. 15분부터 손대호의 논스톱 슛과 최성국의 중거리포가 불을 뿜었다. 하지만 촘촘히 그물을 짠 포항의 수비망은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포항은 따바레즈가 2선에 도사리며 흘러나온 볼을 노렸다. ‘파리아스 아이들’로 불리는 박원재, 최효진의 과감한 돌파는 노련한 성남 수비진의 혼을 빼기 시작했다.

중반 소강 상태를 지나고 전반 말미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반 41분 박원재가 왼쪽 골라인 쪽을 완전히 허물고 올린 크로스를 성남이 걷어내자 따바레즈가 한번 접고 왼발 터닝슛으로 감아찼다. 김용대의 키를 넘긴 슛은 골망으로 빨려드는듯 했지만 크로스바를 맞고 튀어나왔다.

1분 뒤 김두현이 아크 왼쪽에서 어렵게 때린 땅볼 슛은 정성룡이 선방했다.

다시 1분 뒤 한 번의 기습에 성남 골문이 열렸다.

고기구가 헤딩볼을 따내 아크 왼쪽으로 연결하자 슈벵크가 방어막을 편 박진섭, 김영철 사이를 현란한 드리블로 돌파했다.

시야가 열리자 지체없이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쏘아올렸다. 슈벵크의 인스텝에 정확히 걸린 볼은 골문 왼쪽 그물을 사정없이 휘감았다.

전반 인저리타임 조병국의 노마크 헤딩슛이 골대 옆으로 빗겨간 뒤 성남은 후반 벤치에 앉혀둔 이따마르를 투입해 승부를 걸었다.

후반엔 정성룡의 신들린 선방이 빛났다.

후반 11분 김두현의 예리한 슛을 막았고 20분 완전히 일대일로 뚫린 위기에서 최성국의 슛을 슈퍼세이브로 걷어냈다.

포항은 후반 승리를 부르는 조커 이광재를 투입해 역습을 노렸지만 더 이상 추가골을 얻진 못했다.

성남은 종료 8분 전 이따마르의 결정적인 터치슛이 골문 오른쪽으로 야속하게 빗나가면서 주저앉았다.

독일 분데스리가 출신 피터 가겔만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린 순간 포항에서 날아온 스틸야드의 전사들은 자신들도 믿기 어려운 우승 드라마의 환희에 젖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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