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우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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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흥식. 수필가

가을날 나뭇잎이 노랗게 물들어 갈 무렵의 10월 초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전남 해남군 당산리 태인마을의 슬픈 소식이 한라산까지 메아리로 울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천서(利川徐) 가문의 아들 전 중앙고 교감 흥선 아우님이 우리 곁을 떠났다는 비통한 부음이었습니다.

조상님의 영전에 처음이고 마지막인 참배를 모두 마치고 경건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갑자기 정신을 잃어서 쓰러지셨습니다.

어찌 하오리까! 인생 2막을 다 펼쳐 보지도 못했는데 무엇이 그리 급해서 저 세상으로 가시었습니까! 우리 가족들은 큰 기둥을 잃었습니다.

항상 우리 곁에서 격려와 사랑으로 조카들을 다독이시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가족으로 인해 많은 고통과 스트레스로 가슴에 큰 아픔을 안고 그 세월을 어찌 참으면서 지내셨습니까!

아우님의 사망 소식에 많은 친지 분들이 깊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아우님의 타계는 70대 초반의 나이여서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고등학교 교사로 명예퇴직을 한 아우님은 모든 일에 순발력있게 대처하는 지혜를 타고 났음을 우리는 압니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갑자기 쓰러져서 참변을 당하는 일, 동행한 우리 문중회장과 많은 친척분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이를 끝내 저버리고 결국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는 단 형제뿐이었습니다. 집안이 넉넉지 못하여 남과 같이 정상적으로 배우지 못했지만 남들이 하는 말은 이해하고 판단할 수는 있었습니다.

나는 항상 내 아우만은 잘 배울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그래도 아우는 늦게나마 대학까지 졸업 교직에 발령 되었고 교단에 서게 되었습니다.

나는 행정기관의 말단 이었지만 아우가 교사가 된 것이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세상에 수많은 별들이 있지만 생로병사의 통과의례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볼 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살아 있는 것은 반드시 죽을 것이고 아름다운 꽃도 시들어 떨어집니다. 사람들이 오만과 탐욕으로 세상을 더럽게 하고 명예와 부를 가지려고 혈안이 되는 걸 봅니다.

사람에게 부여된 생명, 명예, 재화, 행복도 한순간에 지나지 않습니다. 서산대사는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라고 했습니다. 인생은 바람처럼 구름처럼 실체가 없는 신기루 같은 것인가 봅니다.

죽음은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바로 한 발자국 앞이었군요. 들이마신 숨을 내 쉬지 못하면 그게 죽음입니다.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허망한 것인가 생각하니 인생무상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퇴임 후 여러 곳에서 그 많은 시간의 봉사활동(5852시간)을 하면서 많은 훌륭한 분들과 교우하며 친교를 맺고 살아왔다는 것을 보고 정말 장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제주시자원봉사센터에 가보면 복도에 그 자랑스러운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이제 깊고 긴 인연의 숨소리만 가슴에 담고 아우님을 불러봅니다. 사랑하는 아우님의 언저리에서 훈훈한 향기를 맡으며 ‘보고 싶고 그립습니다’라는 짧은 절규로 가슴에 맺힌 눈물을 삼킵니다. 남아 있는 우리 가족들은 삼가 아우님의 명복을 빕니다.

사랑하는 아우님! 생전의 고통과 걱정은 모두 다 접어두시고 죽음도 없고 아픔도 없는 곳인 천상에서 길이 천복을 누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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