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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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병 정치부장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의 분노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1%’라는 숫자가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답변서 때문이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대통령의 국정수행 총량 대비 최순실 등의 관여비율을 계량화한다면 1% 미만이 된다”고 주장했다. 국정수행 과정에서 최순실씨의 의견을 듣고 이를 국정에 일부 반영했더라도 이는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을 정도의 일’이라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1% 미만이지만 최순실씨가 국정에 관여했다는 것을 대통령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대통령 측은 1% 미만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인 듯싶다.

특히나 ‘1%’라는 숫자를 자주 접하는 제주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1%를 별게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대단히 우려스럽다.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라는 마음지만 혹시나 대통령이 그동안 제주를 대한민국의 1%로만 생각해온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흔히 제주도를 대한민국의 1%라고 표현한다. 전체 국토면적에서 제주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정도다. 최근 몇 년 사이 제주 인구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대한민국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2% 수준이다.

논리의 비약일 수도 있겠지만 대통령이 1%를 별게 아닌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면 대한민국 1%인 제주 역시 별게 아닌 것이 되는 것인가.

현 정부 들어서 제주지역에서는 ‘제주 홀대론’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제주 홀대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심정도 십분 이해가 간다.

제주도민들의 가장 큰 아픔인 제주4·3을 달래기 위해 대통령의 4·3추념식 참석을 그토록 염원했지만 임기 중에 단 한 차례도 찾지 않았다. 또한 현 정부에서 제주 출신 장관급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차관급 등 주요 인사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국책 사업으로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이 건설됐지만 이로 인해 지역사회는 크나큰 갈등을 겪었고 그 상처는 더욱 깊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감귤명품화 등 대통령 공약 이행도 기대 이하라는 말들이 많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1%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에서 비롯되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 제주는 대한민국의 그냥 1%가 아니다.

옛 고전인 ‘도덕경(道德經)’에 ‘필작어세(必作於細)’라는 말이 있다. 큰일은 반드시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뜻이다.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미천하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천길 높은 둑도 개미구멍으로부터 무너지기 시작하고, 백척에 이르는 집도 아궁이의 작은 불씨로 불타버린다는 것이다.

최순실씨의 국정 개입이 대통령 측이 주장한대로 1%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큰 뚝은 무너지고 있고 국민들의 심정은 타들어 가고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1%가 아니라 0.001%라도 국민이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않은 최순실씨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개입했고, 대통령이 이를 허용했다면 대통령 자신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자백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통령이 수행하는 국정은 어느 하나 소홀히 다룰 수 없고 국정의 총량을 숫자로 계량화하는 것 자체가 궤변이라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이번 주 토요일인 24일에도 제주에서 촛불이 밝혀진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맞이하는 성스러운 촛불이 아니라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제주에서 밝혀질 촛불 역시 전국에서 타오를 촛불의 1%일 것이다. 제주에서 밝혀지는 1%의 촛불은 정말 대통령에게는 별게 아닌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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