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가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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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교수 중어중문학과/논설위원

분수껏 살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을 터인데, 능력에 맞지 않는 부와 지위 등을 탐내 더 높이 더 많이 가지려다 이 모양 이 꼴이 되었을 것이다.

영원히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던 높은 지위도 많은 돈도 화려한 명예도 결국은 모두 내려두고 가야하는데, 배설물 주위를 윙윙거리며 맴돌아 핥는 쉬파리마냥 오늘도 내일도 버러지 같이 욕심 부리며, 그것이 공주의 삶인 줄 알고 살았는가?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는 있음인지, 남을 속이는 뛰어난 능력으로 어찌어찌 자리에 앉아 호령하고, 사악한 패거리들에게 둘러싸여, 맡은 바 할 일은 하지 않고 얼굴이나 다듬으며, 홀로 외로운 방에 콕 박혀, 지루한 시간은 연속극이나 보았는가?

우리는 그런 줄도 모르고….

비단 저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 사회를 이끌어 왔던 자들은 하나같이 저런 무리들뿐이었다. 어쩌다 유능한 사람이 있어 옳은 소리를 하면, 그 자리에 온전히 앉아있지도 못했다고 하니, 지금까지 살아남은 자들은 모두가 공범이거나 무능한 자들뿐이었단 말인가? 진실이 이러한데도, 이리저리 저들의 눈치를 살펴 요행히 살아남은 주제에, 이제 와서 투사인양 거짓을 말하는 사람은 없는지 모르겠다.

가짜는 뻔뻔하다. 뻔뻔할 수 있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온 천하가 다 아는데, 끝까지 오리발을 내밀 정도의 뻔뻔함이 있어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진실을 가르쳐야 할 선생들이 눈 하나 깜짝 않고 거짓을 말하여도 가르치는 자리에 앉아있을 수 있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인데, 학교를 좌지우지하였다고 하니, 미꾸라지 몇 마리 때문에, 전국의 교수들이 모조리 욕을 먹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짜는 남을 속여야하기 때문에 언변이 좋다. 그의 입에 들어가면 흑이 백으로도 바뀔 수 있다. 그러나 언변이 좋다는 것도 사실은 언변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은 몇 가지 안 되지만, 시간과 장소를 바꾸어 가면서,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여 달변이 되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듣는 사람은 때와 장소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사람들은 수차례 연습된 가벼운 지식에 현혹될 수밖에 없다.

진짜는 자기 일하기에도 바빠 남의 일에 관심이 없지만, 가짜는 스스로 만들어 갖으려하지 않고 남의 것을 빼앗거나 도적질하여 갖으려하기 때문에, 자기 본분을 다하는 일보다는 남을 감시하고 남의 말을 수집하는 일에 혈안이 되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산다.

가짜는 화려하게 치장한다. 속 빈 강정이지만 보기에 좋아야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는 내가 이미 진짜인데 굳이 진짜같이 보일 필요가 없어 꾸미지 않고 투박하다.

가짜를 판별하지 못하는 사람은 무능하다고 하겠지만, 거짓으로 꾸미는 자는 사기꾼이며, 가짜임을 알면서 함께하는 사람은 공범이다. 그러나 알면서도 지위에 오르지 못하여 어쩔 수 없이 그저 쳐다만 보아야하는 것이 세상이다.

가짜는 반드시 무리를 지어 여론을 호도한다. 가짜임을 감추려니 끊임없이 변명하여 말이 많고, 때로는 친목도모라는 이름으로 끼리끼리 어울려 골프를 치거나 술판을 벌이면서 “우리가 남이가”라고 하며 의기투합하여 호형호제하지만, 극단에 이르면 자기만 살아남겠다고 서로 등을 돌리기 때문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이제 겨우 저들의 작태가 보이지만, 저들과 함께 쓰레기통에서 허우적대며 살 수 없어, 멀리서 쳐다만 보려하니 복창 터진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상,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빠르게 정보를 나눌 수 있는 SNS 세상에는, 그 어떤 것도 더 이상 감출 수 없을 것이다. 거짓도 진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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