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꾸라지
미꾸라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서봉성 前 제주국제대 교수/중국언어문화학과/논설위원

필자의 집에서 10여분 거리에 초로의 전라도 출신 부부가 경영하는 밑반찬이 깔끔한, 추어탕(鰍魚湯)집이 있다.

추어는 미꾸라지라는 뜻으로 원래 추(鰍)는 미꾸라지를 의미하며 고기어와 가을 추를 합성하여 가을에 먹어야 제격이라는 뜻을 함유하고 있다. 영어로는 mudfish, loach라고 하며, 구미인은 먹지 않는다는데, 알고 지내는 미국인 교수는 맛있다며 잘 먹는다.

추어는 단백질 철분 칼슘이 자칫 부족하기 쉬운 노약자, 여성에게는 딱 좋은 건강식품으로 예전부터 알려져 왔다.

기실 충청, 전라도에서는 가을철 수확이 끝나면 논배미나 강이나 시냇가에서 풀숲 흙을 삽으로 퍼 올리면 동면하러 땅속에 들어간 통통하게 살이 찐 미꾸라지가 나온다. 이 놈들을 큰 대야에 담아 소금을 뿌려 이물질을 토하게 한 다음 불을 땐 가마솥 뜨거운 물속에 손 두부 몇 모를 적정량 넣으면 모두 두부 속으로 파고든다. 이를 꺼내 으깨서 체에 곱게 내린 후, 된장·우거지·대파·마늘·생강·양파·산초· 들깨 등속을 넣어 푹 끓이면 얼큰하고 맛 좋은 추어탕이 된다.

근간 맛있는 추어탕보다 못한 한심한 인간 미꾸라지들이 대 화제다. 국회청문회에서 상식선에서 납득할 수 없는 위증을 한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 모 씨와 청문회 출석 요구서를 수령 않고서 이리 저리 피신하다가 전 의원 정 모 씨가 수배 현상금 200만원을 걸자 국민들이 동참, 1000여 만 원으로 늘면서 견디다 못해 국회에 자진 출두하겠다는 우 모씨 얘기다.

김 씨는 집안이 가난하여 박 정희 정권 때 5·16 장학금을 받고, 대학 재학 중에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무장관, 국회의원을 역임하였다. 증인과 증거가 명명백백한데도 끝까지 최순실을 모른다 했다가 결국 조금 안다고 실토했는데, 비서실장시에는 세월 호 사건 당시 대통령의 동선은 파악을 못했다며 모른다로 시종일관했다. 직을 걸고 대통령께 솔직히 실토하도록 건의하고 매일 같이 대통령을 면담하여 현안을 논의하는 것이 실장의 책무일진데 어찌 대통령을 일 주일에 한 두 번 볼까 말까 했단 말인가. 찾아가서 만났어야지. 그는 기춘 대원군 소리를 들어가며 각 부서 정무를 총괄했다한다. 도대체 장관-비서관-수석비서관-비서실장-대통령 결재라인으로 어떻게 실무 장관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국가 대사를 처리할 수 있단 말인가.

우 씨는 시골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법대에 진학하여 역시 재학 중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재직 중에도 온갖 의혹으로 인해 국회출석 답변요구를 받고도 묵살해 버린 사람이다. 사정의 책임자가 법을 준수 않고 법을 악용해온 것이다.

자고로 ‘재불승덕(才不勝德: 재능이 덕을 이기지 못한다)’ 이라했다. 고시공부로 법전만 끼고 살다가 법전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비리를 자르고 정의를 세우라는 칼을 자기방어에만 이용하는 속 좁고 무식한, 소위 한국 법조인으로서 창피(猖披)한 줄도 모르는가.

소정방이 신라를 도와 백제를 멸망시키고 돌아오자 당태종이 물었다. “내친김에 신라까지 무릎을 꿇리고 오지 그랬는가.” 정방이 답했다. “폐하, 절대 불가지사(不可之事)입니다. 그 나라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특권계층의 솔선수범)가 철저히 시행되고 있는 나라입니다.”

자! 지금의 대한민국, 신라왕국 보다 낫다 할 수 있는가? 위정자들은 다음 말을 항시 유념해야 한다.

“자유정부에서 통치권자들은 섬기는 자이고 국민은 그 위에 있는 주권자이다. 따라서 통치권자들이 국민들 사이로 돌아가는 것은 자신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 높이는 일이다.”-벤저민 프랭클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