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발전기금
마을발전기금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좌동철 사회부장
제주시지역에 있는 한 농촌마을 얘기다. 건축업자 A씨는 최근 1만3000㎡의 부지를 매입, 39세대의 전원주택을 짓고 있다. A씨는 마을회에 발전기금으로 5000만원을 주겠다는 약정서를 써줬다고 했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마을에 발전기금을 내놓게 됐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주민 290명이 마을회관에 모였다. 주민들은 이장에 대한 불신임 건을 상정, 투표에 부쳤고 263명(90%)이 찬성했다. 이장이 전원주택 진입로에 인접한 마을 땅을 공사 편의를 위해 주민 동의 없이 빌려줬다는 게 불신임 이유였다. 이면에는 건축업자와 이장 간 유착관계가 있지 않았느냐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문제를 놓고 고소·고발이 오가면서 법정 다툼으로 번지게 됐다. 이장은 “억울함을 알리고 싶지만 차라리 경찰 조사를 통해 모든 사실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했다.

5000만원의 발전기금을 주기로 약속한 건축업자는 “돈 주고 뺨맞는 꼴이 됐다”며 필자에게 호소했다.

한술 더 떠서 제주시가 지어준 마을복지회관을 지난해 팔아서 ‘토박이’라고 주장하는 마을회 주민 10명이 각각 1억원씩 총 10억원을 나눠가진 마을도 있다.

제주시는 1998년 혐오시설에 대한 확장공사로 주민들이 반발하자 보상 차원에서 마을회관을 지어줬고, 2000년에는 마을회에 소유권을 넘겨줬다.

회관을 매각하고 돈을 분배한 측에서는 법무사의 자문을 구했고, 경찰 내사에서도 무혐의 결론이 나왔다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마을 공동재산을 팔아버린 후 주민 모두에게 매각대금이 분배되지 않은 것은 세간의 화젯거리가 됐다. 한 마을에 살면서 1억원을 받지 못한 주민들의 심정은 오죽할까 싶다.

마을발전기금은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것 같다.

과거 모 마을 이장은 공기업에서 지원한 마을기금 2억원 중 일부를 횡령했다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필자가 취재를 하면서 알게 된 모 관광사업체 대표는 예전에 주민들이 요구하는 액수의 발전기금을 줬다.

앞으로 주민들과 사이좋게 지낼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정말 사이가 좋아졌다. 읍민체육대회에 이어 마을체육대회에도 환대를 받으며 불려갔고, 후원금을 냈다. 그러자 노인회, 부녀회, 청년회 등 자생단체 별로 돌아가며 체육대회, 단합대회, 야유회, 경로잔치 등을 이유로 매번 후원금을 요청했다.

사업이 안 풀려 어느 순간 후원을 중단하자 주민들의 시선이 달라졌다고 했다. 마을에서 침이 마르게 자랑하던 관광사업체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며 씁쓸해 했다.

발전기금을 가장 많이 내야 하는 사업장은 뭘까? 1위는 채석장으로 대략 10억원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들을 취재하면서 들은 얘기다. 비산먼지와 발파 소음에 따른 보상 차원에서 10년간 10억원은 내야 주민 동의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양돈장은 채석장보다 한 수 위다. 축산부서 공무원에 따르면 발전기금을 준다고 해도 양돈장 신규 설립에 동의해 줄 마을이 없다고 한다.

개발업체와 주민 간 상생과 공존을 위해 제시돼왔던 발전기금이 되레 부작용을 낳고 있다. 관리도 허술해 ‘눈먼 돈’이라고 얘기가 나올 정도다. 평화로웠던 마을이 돈 때문에 황폐해질 우려를 낳고 있다.

발전기금 이행문제로 서로 등을 돌리거나 사용 문제로 주민들끼리 다투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유년 새해에는 마을발전기금이 ‘갈등기금’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