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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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성. 재 뉴질랜드 언론인

영화로도 유명한 타이타닉이 북대서양에서 빙산과 충돌해 침몰한 건 지금부터 100여 년 전 일이다. 당시 최대 규모인 5만2000t급 여객선에 타고 있던 2200여 명 중 710명만이 구조됐다. 이민자 등을 싣고 영국 사우샘프턴에서 미국 뉴욕으로 가던 첫 항해 길이었다.

짧은 생을 마감한 이 배가 아직까지 회자되는 건 어처구니없는 사고로 비운의 주인공이 된 탓도 있지만 생사의 갈림길에서 보여준 선원과 승객들의 책임감과 처신 때문일 것이다.

배가 빙산과 충돌했을 때만 해도 승객들 대부분은 배가 침몰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배 안으로 물이 계속 들어오자 에드워드 존 스미스 선장은 위기를 직감하고 긴급탈출을 명령한다. 선원들이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누어주며 구조작업에 돌입한 건 이 때부터다.

그렇게 해서 승객들을 태운 구명보트들이 하나씩 차가운 밤바다로 떠난다. 선원들의 구조 원칙은 어린이와 여자 우선이었다. 기관실에서는 선원들이 보일러에 물이 들어가 폭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들어오는 바닷물을 퍼내다 목숨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배는 더 기울어졌고 공황상태에 빠진 일부 승객들이 구명보트를 먼저 타려고 다툼을 벌이기도 한다. 한 항해사는 권총으로 공포탄을 쏘며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다.

그런 와중에도 스스로 배에 남겠다는 사람들이 나온다. 백화점 소유주였던 노부부와 한 철강업자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구명보트에 하인들을 태워 보내는 것으로 생의 마지막 순간을 조용히 정리한다.

승객을 모두 구조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숫자의 구명보트가 없는 타이타닉은 종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갔고 스미스 선장은 마지막 구명보트가 떠나는 것을 보고 나서 배를 포기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배는 구조된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품속에 끌어안은 채 물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마지막까지 구조를 지휘했던 스미스 선장과 배의 설계자도 배와 최후를 함께 했다. 빙산과 충돌한지 2시간 40여분 만이었다.

홀연히 다가온 자신들의 최후를 놀라우리만치 의연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이들만이 아니었다. 1등실 승객 중에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카드 게임을 계속하거나 책을 읽는 사람까지 있었다.

또 절망에 빠진 승객들을 위로하기 위해 기울어진 갑판 위에서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구조 제의를 사양하고 죽음을 앞둔 사람들과 기도를 올리는 성직자도 있었다. 인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존재의 위대함이었다.

지금도 타이타닉 같은 사건은 지구촌에서 종종 일어난다. 단순한 안전사고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일어난다. 근래에 한국에서 일어난 세월호 사건, 최순실 국정농단과 집권여당 탈당 사태도 그런 것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타이타닉과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게 다른 건 사람들이다. 자신의 책임을 다하다 죽겠다는 선장이나 선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선원들과 저 혼자 살겠다고 배에서 뛰어내리는 선원들이 보일 뿐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정치인들을 겨냥해 침몰해 가는 타이타닉에서도 갑판 의자를 먼저 차지하기 위해 싸울 사람들이라고 했다. 책임은 다하지 않고 자리다툼에만 관심을 둔다는 지적이다. 비유가 극단적이긴 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예외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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