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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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린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대 전기차사업단장/논설위원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중략)…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 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그 중에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 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로베르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다.

제주도는 지금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부유식 해상풍력단지, 태양광 발전을 이용한 전기농사, 전기자동차. 모두 가지 않았던 길들이다.

먼 훗날의 우리는 지금 우리의 선택들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전기차의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점들이 중요하다.

첫째, 시장창출이 시작이다. 이 시장창출의 근간은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 사업이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초 기준으로 제주도 전기차 보급사업에 6595명이 접수하고, 3982명이 계약하였다. 2016년 연말까지 목표인 4000대가 무난하게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2015년도 말 기준 전기차 보급대수 2366대를 합치면 제주도에 약 6366대가 보급된 것이다. 2017년도 목표인 8000여 대가 제대로 보급된다면 약 1만4000대의 전기차가 제주를 달리게 된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하는 전후방 서비스 산업들이 생겨나는 토양이 될 것이다. 이 점이 올해 보급 사업 성공의 가장 큰 의미이다.

올해 보급사업이 성공적이 되기 위해서 가장 집중해야 할 문제는 공동주택의 충전기 설치 문제이다.

일반 승용차의 경우,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환경만 된다면 현재의 전기차 주행거리로도 불편 없이 전기차를 즐길 수 있다. 전기차를 구입하고 싶어도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는 아파트, 혹은 충전기를 설치할 수는 있지만 주민동의를 받을 수 없는 아파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보급 사업에서 우선적으로 주력해야 할 문제다.

둘째,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정치가 혼란스럽다. 정치 지도자가 바뀌면, 또 정권이 바뀌면, 무엇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고 한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계속 전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이 투자를 계획하고, 기업의 투자가 있어야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도는 지금까지 전국의 지자체 중에서 가장 일관된 행정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도 일관성을 가지고 나아감이 중요하고, 이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알릴 필요가 있다.

셋째, 기업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하다. 정책적으로 시장을 창출하더라도 그 시장에서 뭔가를 파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정보통신부 시절의 텔레매틱스(Telematics·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 무선인터넷 서비스) 시범도시 구축 사업, 지식경제부 시절의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 사업, 그리고 현재 환경부의 전기차 보급 사업 등 정부의 비중 있는 사업들이 있었지만, 그 와중에 제주기업의 스타탄생은 없었다. 같은 방식의 지원은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인력 문제이다. 기업에 가장 필요한 것도 핵심 인력이다. 연결과 융합의 시대에 칸막이 안에서 개별적인 문제 해결에 주력하는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칸막이 안에 있는 점들을 밖으로 연결해서 선을 만들고, 선들을 연결해서 면을 만들고, 그 면들을 연결해서 공간을 만드는 인재가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핵심 인력과의 연결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핵심인력을 자체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한해가 저물었다. 다사다난이라는 표현도 구태의연하다.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던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하지만 2017년 올해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낸다. 파이팅 정유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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