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윤리의식은 나무의 생장점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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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석 제주대 교수/경영정보학과/논설위원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개통한 휴대폰을 ‘대포폰’이라 부른다.

대포폰은 보이스피싱처럼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쓰인다. 대포폰은 대한민국에서 불법이고 중대범죄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에서 청와대 고위관료들이 사기범처럼 대포폰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청와대 고위관료들이 대포폰을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들이 대의에 맞게 일하기보다는 나쁜 짓을 했다는 것을 입증한다. 우리나라 행정조직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가 대포폰을 사용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지도층이 얼마나 허약한 준법정신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 스스로 법을 어기면 누가 법을 지키고 정부의 말을 따를 것인가. 높은 윤리의식은 리더십의 필요조건이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윤리가 없으면 모든 것이 가치 없게 되고 생장점이 잘려나간 나무처럼 더 이상 자랄 수 없다. 세상일에 윤리만큼 지키기 어렵지만 중요하고 가치 있는 덕목도 없다.

1922년 만해 한용운은 ‘실생활지’에 ‘고난의 칼날에 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하였다. 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상 사람이 쉽고 성공할 일이면 하려 하지만, 어렵고 성공할 가망이 적은 일이면 피하려는 경향이 있으니 그것은 불가한 일이다. 어떤 일을 볼 때에는 쉽고 어려운가, 성공할까 실패할까를 먼저 보기보다 그 일이 옳은가 그른가를 먼저 보아야 한다. 아무리 성공할 일이라도 그 일이 근본적으로 옳지 못한 일이면 일시 성공을 하였을지라도 결국 파탄이 생기고 마는 법이다. 그러므로 하늘과 땅에 돌아보아 조금도 부끄럽지 않을 옳은 일이라면 용감하게 그일을 하여라. 그길이 가시밭길이라도 참고 가거라. 그일이 칼날에 올라서는 일이라도 피하지 마라. 가시밭을 걷고 칼날 위에 서는 데서 정의를 위하여 자기가 싸운다는 통쾌한 느낌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다난한 조선에 있어서 정의의 칼날을 밟고 서거라 하고 말하고 싶다. 무슨 일이든지 성공이나 실패보다 옳고 그른 것을 먼저 분별할 줄 알아야 한다.’ 만해 한용운은 조선의 독립은 옳은 일과 그른 일을 분별하는 정의의 정신에 있다는 논설을 썼다.

만해 한용운의 글처럼 옳고 그름을 실제로 판별하는 것은 쉽지 않다. 높은 윤리의식은 고도의 추상적 사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전 중인 적국의 배를 보면 당연히 적의 물자를 빼앗고 적을 침몰시키는 것이 상식이다. 높은 윤리의식을 가졌던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미국이 영국과 독립전쟁을 치르고 있었던 1779년 3월 10일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 군함 지휘관들에게 다음과 같이 편지를 썼다. 지금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이 세계 탐험을 마치고 영국으로 귀국하고 있다. 쿡 선장의 배는 인류 전체에게 이익이 되는 많은 지식과 물자를 담고 있으니 만약 쿡 선장의 배를 보면 약탈하거나 억류하지 말고 인류애로써 친절히 대하여 안전하게 귀국하도록 도와 줄 것을 요청했다.

전나무 같은 ‘큰키나무’는 묘목일 때는 사람보다 작지만 어느 덧 사람보다 더 높게 자란다. 큰키나무는 중심 줄기의 생장이 현저해서 8? 이상을 자란다. 큰키나무의 줄기 끝을 잘라버리면 생장점이 잘려나가 버려 더 이상 높이 자라지 못한다.

사람이 가져야 할 윤리의식은 큰키나무의 생장점과 같다. 윤리가 없으면 다른 모든 것이 성공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어지고 만다. 높은 윤리의식은 일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요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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