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날개를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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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웅. 칼럼니스트
     
 

무위(無爲)였다. 언덕에 올라 목 빼고 바라봐도 안 보였다. 나라가 조타수 없는 배로 떠내려가는데 구원의 손짓, 잡아 주는 손길이 없었다.

발버둥으로 헤치고 걷어내도 꿈쩍 않는 봉쇄된 어둠의 격절(隔絶). 너와 나, 애절한 길항(拮抗)의 눈을 부릅뜨고 두리번거리며 찾았으나 한때 이 나라가 길을 놓쳤다.

우리 앞으로 길이 보이지 않았다. 갈 길이 놓이지 않았다. 우둘투둘 험하고 낯설어도 좋은, 그 작은 길마저 없었다.

사위가 어둠에 갇힌 칠흑 같은 밤, 병신년 끝머리를 우리는 암벽보다 견고한 어둠 속에 갇혀 견뎌내야만 했다.

시종 허우적거리며 헤맸다. 음습하게 겹겹 어둠을 재어놓은 막힌 굴 속, 허둥댈 뿐 뒤척여도 트이지 않던 출구(出口). 그래도 우리는 뚫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랬다. 빛은 우리를 비켜가지 않았다. 모순과 불의는 허방 짚는 것, 가면무도회는 탈을 벗어 마침내 민낯을 드러냈다.

창피하고 낯 뜨거웠다. 유례없는 국정 농단 사태에 우리는 치를 떨었고 분노했다.

허탈했다. 역사의 아침을 갈망하던 우리에게로 내리던 한 줄기 구원의 빛,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이었다. 1000만 민중이 밝혀 든 촛불, 그것은 곧 우리 안에 쌓이고 쌓였던 울분이 부글거리며 흘러내린 용암이었다.

촛불은 격랑으로 강산을 덮었고, 차디찬 겨울밤 혹한도 녹이며 어둠을 불사른다.

들불같이 꺼질 줄 모르고 타오르는 촛불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나는 노래가 있다. 목청껏 함께 부르고 싶은 그 노래, ‘희망의 노래’.

‘배를 저어 가자 험한 바다 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산천경개 좋고 바람 시원한 곳 희망의 나라로/ 돛을 달아라, 부는 바람 맞아 물결 넘어 앞에 나가자/ 아아 자유 평등 평화 행복 가득 찬 곳 희망의 나라로.’

해방공간에서 우리 민족이, 눈앞에 다가온 감격과 희망에 목을 놓았던 노래다. 답답하던 민족의 가슴을 시원히 뚫어 주었던 카타르시스. 내용이 미래지향적인데다, 선율은 또 얼마나 경쾌하고 힘찬가.

이제 여기, 새해맞이 시(詩) 한 편 올린다.



‘병신년, 지난 한 해 우리들 어둠 속에 갇혀 얼마나 빛에 목말랐나. 눈 크게 뜨고 먼 곳으로 귀 세웠지 않으냐. 여러 홰 울어, 온 뉘를 뒤흔든 네 울음소리에 어제의 옻빛 어둠 흠칫흠칫 놀라 떨어져 내리고 이제 너와 나, 우리들 몸속으로 따습게 흐르는 물소리./

닭은 치열한 체온으로 알을 품는다. 빛을 불러 사람을, 세상을 품는다. 무명을 쫓고 가난을 물리고 혼란을 정렬하고 갈등을 풀어내는, 닭의 힘, 닭의 품으로 열리는 선량한 사람의 세상./

눈부시구나. 우리 앞으로 정유년이 열렸다. 네가 피워 올린 꽃다운 그 모든 빛을 이곳으로 모으라, 모도록이 그러모으라./

요마적에 친구여, 날개를 달자, 그리하여 빛 속으로 날아오르자, 태양의 새여!’

(졸시 ‘친구여, 날개를 달자!’ 부분)



인제 한 고비를 넘어서려 한다. 또 불끈 힘을 내야 할 시점이다.

정유년 새해 벽두에 다시금 힘주어 속 시원히 다같이 불러 보자, ‘배를 저어 가자 험한 바다 물결 건너 저편 언덕에~’ 하며 날개를 달아줄 ‘희망의 노래’를.

저 높은 곳을 우러르며 우리의 들판을 지나 멀리멀리 퍼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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