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갑선이오름-굼벵이 껍질서 나오면 향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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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선 가시리 마을이 한눈에...탐방로 신설로 걷기 매력 더해
▲ 갑선이오름 정상에 오르면 가시리 마을과 한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주의 수많은 오름들은 보통 형세나 구전되는 내용에 기초를 두고 이름이 붙여졌다.


‘따라비’, ‘새미’ 등 이음화 된 단어가 많아 부르기 편하고 아름답게 들리는 오름이 있는가 하면, ‘거친’, ‘높은’ 등 듣기만 해도 오르기도 전에 거친 숨소리가 연상되는 오름도 있다.


이름이 붙여진 계기나 오름에 구전되는 내용들 속에서 오름의 생김을 형상화 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가시리의 ‘갑선이’라고 붙여진 오름의 명칭은 유별나다.


‘갑선이’는 오름 모양새가 미처 껍질을 벗지 못한 매미의 굼벵이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한자표기는 갑선악(甲蟬岳)이다.


오름 산체를 둘러싼 빽빽한 수림을 아직 껍질을 뚫고 나오지 못한 매미에 비유했다는 점이 재미있다.


표선면 가시리에는 모두 13개의 오름이 있다.


특히 가시리 권역에는 오름의 여왕이라 일컫는 따라비오름을 비롯해 큰사슴이·족은사슴이오름, 번널오름 등이 있다.


한번은 들어봤음직한 오름들이다.


이 중에서도 갑선이오름은 가시리 마을과 가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다.


가시리 사거리와 성읍 교차로를 잇는 중산간도로에서 바다 쪽으로 보면 남서쪽으로 얕게 벌어진 굼부리를 가진 오름이 있는데 이곳이 ‘갑선이’다.


주변은 대부분 농경지와 밀감밭 등으로 이뤄졌으며, 굼부리 안 마저도 아담한 과수원이 들어서 있다.

▲ 갑선이오름 전경.

새해를 앞두고 찾은 갑선이오름은 상록수에 덮인 산체임을 알리듯 여전히 푸르렀다.


상록수와 낙엽수가 서로 뒤엉켜 오르지 않고는 한 점의 속살도 내보이지 않는다.


‘제주 올레 길’ 개설 이후 제주도에서는 각 마을마다 도보여행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자연을 모태로 하는 숲길이나 옛길이 있는가 하면 해안 경관을 따라 개장이 된 곳도 있다.


갑선이오름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최근 나무데크 탐방로가 신설됐다.


마을과 주변 경작지를 통해 오르내리는 갈래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오름을 오르는 길은 털갈이를 한 듯 떨어진 낙엽들 덕에 발걸음이 편하다.


경사가 있어 다소 거친 심호흡을 하게 되지만 힘들지는 않은 편이다.

▲ 굼부리 내에 위치한 과수원.

표고는 188여 m로 기록이 되어있으나 비고는 그 절반에 못 미치기 때문에 운동 삼아 마실 오는 가시리 사람들이 많다.


탐방로는 나무데크로 시작해 친환경매트가 깔려있는 정상부근으로 이어진다.


수풀 사이로 서남쪽으로만 보이는 하늘의 경계선은 껍질을 깨기 위한 갑선이의 몸부림인가.


정상의 조망권은 탁 트이진 않았지만 가시리 마을의 중심부와 한라산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정상에는 의자 몇 개가 탐방객들의 쉼터를 대신한다.

 

▲ 조랑말체험공원 조형물.

♦제주 표선면 중산간 지역에 자리한 가시리마을은 말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가시리는 조선시대 최고의 말을 키우던 녹산장(鹿山場)이 있던 곳이다.


600년 목축문화가 살아 숨 쉬는 유서 깊은 고장답게 이 곳에 말의 역사를 담은 조랑말체험공원이 들어섰다.


이곳은 제주 토종말인 제주마와 옛 목축문화에 대해 소개한 전시관, 카페, 캠핑장, 승마장 등 다양한 시설로 관광객과 도민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전시관 내에는 말과 관련된 유물들과 쓰임새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한바퀴 휘 돌고 나면 어느새 말(馬) 전문가가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가시리 마을에 상주하는 젊고 창의적인 예술작가들이 참여한 작품들도 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특히, 오름과 들판의 풍광을 만끽하면서 말을 타고 달려보는 체험은 이 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정선애 기자 dodojsa@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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