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새벽은 누가 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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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수 시인/수필가/아동문학가

신문이요. 신문.

 

배달원의 소리다.

 

덜커덩 덜커덩, 환경미화원이 쓰레기통 비우는 소리다.

 

활어가 팔딱팔딱 튄다. 어시장의 경매사 소리다.

 

이보다 앞선 깨움이 있다. 닭이 고개를 젓는다. 내가 먼저라고.

 

해와 달이 주고받는 얘기다. 내가 먼저 어둠을 밝힌다고.

 

다 붉다.

 

해와 달.

 

둘은 붉은 불덩어리다.

 

다만, 닭의 볏은 둥글지 못하다.

 

하지만, 붉은 맨드라미꽃 모습을 닮고 있다.

 

덩치나 밝기로 치면 나는 해와 달에게 말 붙일 수 없는 희미한 존재다. 둘은 엄청난 밝기와 따스함을 갖고 있지만, 소리를 내지 못한다.

 

닭, 나는 고음과 저음을 내는 특성을 갖고 있으니, 위축될 일이 하나도 없다.

 

그들이 지구를 돌고 도는 사이에 나는 고요와 적막을 꿰뚫고 희망과 꿈, 아름다운, 소리로 새벽을 연다.

 

꼬기옥!

 

꼬기옥 !

 

새해다.

 

새해 새 아침이다.

 

눈 부비며 가장 먼저, 잠자리에서 깬 어머니다.

 

새벽 3시쯤이었을까?

 

첫닭 목소리다.

 

삼십분이 멀다하고, 굴묵 선반 위에서 한 마리의 수탉이 홰를 치며 깨움과 희망을 품은 알림의 소리다.

 

그 자그마한 울림이 엄청난 힘과 희망을 품는다.

 

일터로 출발하라는 예령이다.

 

소싯적 그 소리는 시골집에 무슨 큰 일이 일어난 듯이 깜짝 깜짝 놀랬다.

 

찢어진 창호지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또렷하다. 밭일을 나갈 채비를 서둘고 있는 것이다.

 

정유년!

 

닭은 자명종이다. 닭은 우리의 멘토다.

 

몸과 마음을 맑게 하고 밝게 하며,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부지런하고 성실했기에 오늘의 지금에 이른 것이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하고 있지만, 제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한다면, 입에 거미줄은 치지 않을 것이다.

 

‘부지런한 부자는 하늘도 못 막는다’라는 속담처럼.

 

부지런함으로 새로운 희망을 열어가는, 새해가 열리기를!

 

붉은 닭의 시계소리다.

 

꼬기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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