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지에서 하관제를 지내는 모습. 장례 일꾼들이 봉분 안에 관을 넣고 있고, 상주들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가까운 근친들은 상이 나면 고적을 한다. 고적이란 떡이나 쌀로 부조하는 것을 말한다. 피력(필역)이란 장사(葬事) 당일 고마움의 표시로 특히 여자 상주인 망자의 가족들이 각각 분담해서 상두꾼에게 절차대로 떡이나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말한다. 


떡 관련된 속담에는 ‘영장 밧듸 떡’이라는 말이 있다. 당연히 권리를 주장해서 먹어야 할 떡으로 제주 공동체의 분배 원리를 나타낸 말이다. 영장떡이란 상·장례와 관계된 떡을 말하는데 제주도 지역마다 용어나 모양, 재료가 약간씩 차이가 있다. 


돌래떡은 장지에 가면 친족들이 고적이라 하여 좁쌀로 만든 돌래떡을 상두꾼에게 돌린다(곽지리). 이때 ‘떡을 돌린다’는 것은 참석한 상두꾼에게 골고루 나누어준다는 뜻이다. 서귀포시 대정읍 지역에서는 등절미라고 하여 반달 모양을 메밀이나 쌀로 찐 떡을 ‘영장밧듸(葬地)’에서 돌린다. 남자는 3개, 여자는 2개를 받는다. 또 딸이나 형제, 조카들은 피력으로 시루에 찐 침떡을 돌리기도 했다.


곽지리에서는 영장떡을 삼메떡이라고 하는데 보리를 갈아 누룩으로 발효시켜 찐 떡을 말한다. 


만디는 메밀송편, 혹은 세미떡이라고도 부른다. 만두 모양의 메밀떡으로 상두꾼이 일을 마치면 대접하는 떡이다. 몰(아래아)굽떡은 메밀로 만든 말발굽 모양의 떡으로 지름떡이라고도 한다.


무친떡은 시리, 떡(시루떡), 또는 진톳 음식이라고 한다. 진토흙을 파는 중간에 상두꾼에게 대접하는 떡이다. 빙떡은 친척들이 부조로 만들어 ‘장밧(葬野)’의 상두꾼에 대접하는 떡이다.

 

   
▲ 복친 배육.

▲복친 배육, 배육꼬지, 바육(바육고지), 상두꾸미 


‘영장(葬禮)’ 날 아침에 상두꾼에게 주는 돼지고기 적을 ‘복친 배육’이라고 한다. 돼지고기를 조금 넓고 길게 자른 후 한 점씩 포개어 석 점을 서로 겹치면서 대나무에 꽂은 삶은 고기를 말한다. 이름도 마을마다 달라서 한림에서는 ‘복친 배옥’, 혹은 ‘배옥’ ‘복친 배육’으로도 부르며, 성읍리에서는 바육(바육고지), 구좌읍 하도리에서는 동네꾼 고기, 대정읍 신평리에서는 ‘구미’ ‘상두구미’, 판포리에서는 ‘상두꾼 초석꽂이’라고 부른다.


초석꽂이란 돛단배의 돛(草席)과 비슷하다는 데서 유래한다. 서귀포시 남원읍에서는 '배육꼬지'라고 하며 약 20cm 정도 대나무 꼬지에 삶은 돼지고기 석 점에 수웨(순대) 한 점을 끼워 대접하는데 ‘배육꼬지’가 휘어지면 잘 차렸다고 했다.


돼지고기 배육꼬지는 하루 험한 일에 ‘속아주십사(수고해주십시오)’하는 마음에서 장례일 아침에 상갓집에서 준비한 특별식에 가깝다. 영장날이 되면 아침 일찍 동네 상두꾼들은 오는 대로 마당에 친 천막 안 멍석을 깐 곳에 마주 보면서 차례대로 앉는다. 사람들이 앉으면 흰색 아래미(알루미늄) 양푼이 밥에 숟가락 네 개씩을 꽂고 나오고, 이어 광목 수건 쓴 복친 아주머니는 상착에 배육꼬지를 가지고 와 숟가락 수대로 밥에 꽂는다. 즉 1인 1꽂이가 몫이다. 이때 다른 사람은 뒤를 따라오며 떡반을 같이 나누어 주기도 한다. 근래에는 수건과 담배, 장갑을 주기도 하는데 식사 때 이것을 수건에 둘둘 말아 한 사람에 한 개씩 건넨다.

 

   
▲ 메밀로 만든 만디떡

▲공장 치르기와 떡반 돌리기


‘공장 치르기’는 상·장례시 중요한 일을 맡아 수고한 사람들에게 음식과 술이나 떡으로 공을 갚는 일을 말한다. 마을에 따라 ‘공정’이라고도 한다. 일포날 아침에 고적이 들어오면 도감의 지시에 따라 음식을 상착(차롱)에 담고 수고한 순위대로 양을 달리하여 드린다.    


소렴, 대렴을 해준 염장이(殮匠), 영장밧(葬地)의 택지(擇地) 된 곳에서 일포날 밤 사전에 지내는 ‘산제’(土神祭)의 제관(祭官), 관을 만든 사람(造棺木手), 개광 목시(開鑛木手), 도감(都監), 솥할망(‘솥밑할망’, ‘밥할망’이라고도 한다) 등에게 수고했다고 보내는 고마움의 표시이다. 또 대·소상(大·小祥)때에도 중요한 일을 맡아 일해준 분들께 떡 한 소쿠리와 돼지고기 한 근, 제주(祭酒) 한 병을 집으로 보낸다. 공장 치르기를 한 후 다른 사람들에게는 떡반을 나누어 준다.  


피력은 산역꾼들이 장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수고했다고 나누어주는 떡이기도 하다. 상주들이 사는 정도에 따라 내복, 커피 등 다양하게 주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인 경우 공장 치르기 순위는 다음과 같다. 1순위 지관, 2순위 목수, 3순위 도감, 4순위 하인(돼지 잡고 잔심부름하는 사람), 5순위 청객(장례에서 손님은 안내하는 사람), 6순위 붐(부고를 알리는 사람), 7순위 상복 만든 사람과 솥밑할망 등이다. 주변에 상을 모신 집이 있거나 연로한 노인이 계시면 출반이라고 하여 음식을 보낸다. 상?장례의 여러 가지 의식은 마을마다 집안마다 각기 다르다.


▲지름역, 비역부침, 진토음식, 울력음식, 피력(필역)


장례는 잘 치르는 것이 자손 된 도리이기 때문에 힘든 일마다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인해 여러 번 떡을 나누어 준다. 마을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대체로 지름역은 장지가 멀었을 경우 도중에 나누어 주는 떡이다. 원래 말쿱떡을 나누어 주었으나 돌래떡이나 만디로 대신하기도 했다. 이때 말쿱떡은 메밀가루로 둥글게 만들어 속에 팥고물을 담았는데 모양이 꼭 말발굽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비역부침은 장지에 가서 산역을 시작할 때 나누어주는 떡으로 메밀로 둥글게 만든 돌레떡을 말한다.


진토음식은 봉분을 쌓을 팔 때 산역꾼들에게 나누어주는 떡이다. 떡의 종류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울력 음식은 봉분의 평토다림을 하면 고맙다는 뜻으로 나누어 주는 음식이다.


필역은 산역을 마치고 산역꾼을 돌려보낼 때 주는 떡이다. 보통 메밀로 만든 만두나 등절미떡으로 한다.


사실상 장례절차마다 떡과 음식을 내오는 것도 분담이 된다. 이런 피력은 제주 공동체의 자발적인 가족 분담, 즉 상주들이 돌아가면서 대접하거나 또 딸들도 필요에 따라 점심을 준비했다거나 빵을 분담하기도 했다. 자식들이 많지 않으면 잘사는 조카나 아니면 조카들이 모여서 분담하기도 했다. 30년 전 만해도 상주들은 피력으로 음식이나, 떡, 생활소품을 나누어 분담했는데 “이건 000상주가 주는 거우다”라고 하며, 이름을 알리는 데 이것을 “놋(아래아)난다”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