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사라오름- 설국…지는 해가 비단을 펼쳐 놓았다
(43)사라오름- 설국…지는 해가 비단을 펼쳐 놓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여름철은 ‘호수’·겨울엔 나무에 ‘눈꽃’펴...전망대 좌우로 제주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 여름철 사라오름 정상의 모습.

제주의 360여 개의 오름 중 오름 분화구에 산정호수가 있는 오름의 절경은 단연 일품이다.


굼부리에 산정호수가 있는 오름은 한라산 정상 백록담을 비롯 성판악 등산로에 위치한 사라오름, 사려니 숲길에 숨은 물찻오름, 5.16도로변 물장오리오름, 안덕면 수망리의 물영아리오름 등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이다.


이중 물찻오름과 물장오리오름은 습지 보호 및 자연휴식년제 등의 이유로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되고 있지만, 사라오름과 물영아리오름은 아무런 제약없이 탐방객들이 쉽게 올라 절경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한라산 백록담 턱 밑에 자리한 사라오름은 ‘작은 백록담’이라고 불릴 만큼 비밀스러운 산정호수가 굼부리에 자리 잡아 그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난다.


사라오름도 성널오름, 볼레오름, 쳇망, 이스렁, 어스렁, 흙붉은오름 등 한라산 국립공원 내에 있는 오름들처럼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됐다가 다행히 2010년 탐방로 개설과 함께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면서 그 아름다움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이듬해인 2011년에 국가 지정 문화재 중 하나인 명승 제83호로 지정됐다.


사라오름의 ‘사라(紗羅)’는 ‘지는 해가 고와 마치 비단을 펼쳐 놓은 듯하다’라고 해석되고 있는데 제주시 건입동의 사라봉과도 연관이 있음직 하다.


사라오름은 성판악휴게소에서 백록담 정상에 이르는 등산로 5.8㎞ 지점 인근에 자리하고 있다.


성판악휴게소에서 시작되는 탐방로는 바위가 자갈이 많은 돌길로 다소 걷기에 불편하다.


하지만 겨울에는 돌길이 쌓인 눈에 덮여 오르고, 내리기에 아주 편하다.

 

▲ 굼부리 주변 나무들에 하얀 눈꽃이 폈다. 사진은 사라오름의 산정호수 모습.

눈이 많이 쌓일 때는 앞서간 탐방객들이 다져 논 눈길이 마치 동계스포츠 종목인 봅슬레이 트랙과도 흡사하다.


돌길을 걷는 피곤함 대신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비단길을 걷는 느낌이다. 발밑에서 들리는 “뽀드득 뽀드득” 소리도 정겹다.


앙상한 나무를 뒤덮은 눈꽃과 상고대, 삼나무숲 터널 등 한라산의 속살을 감상하며 2시간 안팎을 오르면 왼편으로 사라오름 진입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이 곳서 사라오름 산정호수까지는 600m.


잘 조성된 목재 탐방로를 따라 걷다 보면 시야를 가리던 나무 틈 사이로 넓은 호수가 눈에 들어오고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탁 트인 분화구에 새색시처럼 부끄러운 듯 얼굴을 내민 사라오름 산정호수를 보다 보면 이 곳까지 오느라 지친 몸과 거친 숨은 어느새 환희와 기쁨으로 바뀐다.


여름철 사라오름 정상은 호수이다.


장맛비가 많이 내릴 때는 호수 주변 탐방로가 물에 잠길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겨울철에는 설국(雪國)이다.


눈이 내리기 전에 물이 모두 마르면, 드넓은 굼부리는 하얀 눈으로 뒤덥히고 굼부리 주변 나무들은 하얀 눈꽃을 피운다.


이번 겨울은 지난 12월말 많은 비가 내린 탓에 산정호수의 물이 꽁꽁 얼어붙고, 그 얼음위에 눈이 쌓여 얼음과 눈의 절경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다.


호수 왼쪽으로 목재 데크 길을 따라 가면 맞은편 사라오름 전망대다.


전망대에서는 또 다른 아름다움이 펼쳐진다.


저 멀리 태평양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라산 정상, 앞에는 서귀포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사라오름 바로 아래에 위치, 험준하고 높기로 이름난 성널오름과 논고악 등의 오름도 이 곳에서 보니 마치 어린 동생과도 같다. 전망대에서 좌우로 제주의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그리고 이 곳에서 저 검푸른 바다위로 떠오르는 일출 역시 장엄한 광경이다.


굼부리 자락에서 전망대로 오르는 탐방로 오른쪽에 오래전에 조성된 무덤들이 있다.


지금은 등산로와 오름 탐방로가 조성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지만 그 옛날 어떻게 험한 길을 주검과 비석을 지고 올랐을까?


그 수고스러움을 감내할 정도로 사라오름은 빼어난 절경과 함께 명당이었나 보다.
조문욱 기자 mwcho@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