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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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수 편집국장
아내의 표정이 밝았다. 평소 긍정적 마인드 지수가 높다고 생각하는 편이었지만 그날은 그 지수가 상승했다. 지난 주말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 혜민 스님의 마음치유콘서트 덕분이다. 아내는 스님의 말씀 중간중간 웃음으로 공감하면서 호응했다. “이런 면도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아내의 재발견이라고 할까. 아직은 감정이 메마르지 않은 것 같아 고마움마저 들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렇다. 매사에 “나는 바담 풍해도 당신은 바람 풍해야 한다”는 격의 이기심을 갖고 있었다.

다른 객석의 여성분들도 아내처럼 두어 시간을 유쾌하게 보냈다. 강연이 끝나자 그들은 더욱 수다스러워졌다.

나 자신은 스님이 손뼉을 치라면 손뼉을 칠 정도였다. 다른 남성분들도 죄다 나와 비슷했다.

‘화성 남자 금성 여자’가 따로 없었다. 오죽하면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우리나라 대표 강사들도 두려워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중앙공무원 연수원이다. 아무리 유머로 무장을 해 열강을 해도 이 중년 남성들은 무덤덤하다.

▲그런 화성 남자에게도 혜민 스님의 말씀은 편했다. 다소 여린 목소리에 유머까지 섞여 있어 강연 내내 미소를 띨 수 있었다. 그 속에 깨달음의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달콤하지만 입맛을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함일 것이다. 실천의 방법도 제시했다. 안다는 것에 그치지 말고 몸에 배게 하라는 의미다. 공자님도 군자삼락(君子三樂)의 첫 번째로 학이시습(學而時習)을 꼽았다. 배우면 몸에서 반응토록 해야 한다.

스님은 세상에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고 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만 돌리는 사람과 본인 책임이 아닌 것까지 다 뒤집어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제시한 해결책은 ‘적당한 책임’이다. 평소 입이 심심할 때 중얼중얼하면 될 것 같다. 툭하면 화를 내는 것 때문에 아내도 속상했을 것이다. 이럴 때 서너 번 심호흡하라고 했다. ‘화를 들숨 날숨으로 다스린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숨쉬기만 열심히 하자. 아내의 말에 어떻게 공감 능력을 키울 것인가. ‘헐’, ‘대박’, ‘그래’라는 말만 하면 된다. 집안에서도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라 그들의 말을 따라만 하면 입에 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금성 여자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남편을 개조하려 하지 말고 포기하라.” 잔소리는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피곤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이럴땐 ‘포기’에 긍정 의미도 있다.

▲“어디를 가시든 항상 보호받으시길, 어디를 가시든 항상 인정받으시길, 어디를 가시든 항상 사랑받으시길.” 힐링 멘토로 불리는 스님의 말씀을 통해 정유년 화두가 떠올랐다.

우선은 ‘이래라 저래라’하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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