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약제 냄새...철새 쫓는 차량 방역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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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 도내 곳곳에 분산 이동해 AI 전파 우려
▲ 16일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 죽도 해안 인근에 야생오리가 모여든 모습. 이곳은 비지정 도래지여서 방역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 고봉수 기자.


야생조류에서 잇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가운데 차량 방역으로 인해 도래지에 머물고 있는 철새가 도내 곳곳으로 이동, AI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비지정 철새도래지는 사람들의 출입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정 사수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5일 구좌읍 하도 철새도래지에 이어 지난 9일 한경면 용수 저수지에서 발견된 야생오리 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돼 방역을 벌이고 있다.

문제는 화물차에 소독기를 싣고 팬선풍기로 약제를 대량 살포해 소음과 냄새(새의 접근을 막는 기피제)로 인해 철새들을 쫓아내면서 AI를 도내 전역으로 확산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실례로 하도 철새도래지에는 평소 4000여 마리의 철새가 머물렀으나 방역 이후에는 1000여 마리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도래지에서 쫓겨난 도내 철새들은 양식장이 있는 바닷가 등 영양염류가 풍부한 해안 곳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창완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장은 “방역에 따른 소음과 냄새로 철새들이 도내 곳곳으로 흩어지고 있다”며 “차량 대신 인력 위주로 방역을 하거나 차라리 지정된 장소에 먹이를 줘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운동연합은 2014년 순천만 등 철새도래지를 모니터링한 결과, 먹이주기 중단 조치로 굶주린 철새들이 여러 지역으로 분산 이동해 AI 바이러스 확산과 다른 조류로의 감염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야생철새에 먹이를 줄 경우 텃새가 될 수도 있는 등 먹이를 제공하는 것은 되레 야생성을 해치는 단점이 있다”며 “방역은 철새도래지 전역에 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와 주변 농가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조천읍 신촌리 죽도(대섬)와 구좌읍 행원리 해안에도 철새 2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지만 도래지로 지정되지 않으면서 AI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도는 해마다 오리와 백로 등 야생철새가 찾아오는 신촌리 죽도 인근 해안(올레 18코스)에 통행 제한을 알리는 입간판만 설치하고 통제초소나 사람 출입을 막을 인력은 배치하지 않았다.

제주지역에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2만4000여 마리의 철새가 찾아오고 있으며, 90% 이상은 오리류다.

도내 철새도래지에서 고병원성 AI 바이러스 검출 사례는 2014년 1건(하도), 2015년 4건(하도·오조)에 이어 올해 들어 2건(하도·용수)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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