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제주돌담을 왜 방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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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택. 서귀포예총 회장

제주돌담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바람에 허물어진 돌담은 다시 쌓을 수 있지만, 시대의 물결에 무너진 돌담은 다시 쌓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영원히 사라지고 만다.

제주의 문화는 돌담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집을 보호하기 위한 우영담,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밧담, 집안 기초를 다지는 굽담, 초가집을 보호하는 축담, 올레를 지키기 위한 올렛담, 목마 방목을 위해 다아졌던 잣담, 망자를 보호하는 산담 등 하나 같이 제주문화의 원형을 이루는 담장들이다.

이러한 제주문화의 원형을 이루는 돌담들이 남아 있지만, 무너져 내리는 이 돌담을 다시 쌓아주실 기능장들이 없다. 즉 제주인 들이 말하는 ‘돌챙이’가 없다.

1970년대 초 제주에 감귤이 본격 도입되면서, 뭍에서 많은 석공들이 내려와 부족한 일손을 메우면서, 과수원 등 돌담은 이미 제주 원형에서부터 멀어져 버렸다. 따라서 제주돌담의 원형은 밧담, 산담, 올렛담, 잣담 등에서만 그 원형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의 돌은 제주인의 생명 보고이다. 돌이 없는 제주는 더 이상 제주가 아니다. 헌데 이 돌을 지켜나갈 기능장들이 사라지고 있다. 기능장들이 사라지면, 제주돌담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돌을 쌓을 줄 안다하여 ‘돌챙이’가 아니다. 진정한 ‘돌챙이’는 먼저 돌을 다듬는 연장을 달구고 만들 줄을 알아야 한다. 돌의 산지와 석질에 따라 용도를 판단하고, 그 돌을 찾아 깨어내고, 다듬고, 다을 줄을 알아야만 비로소 제주 ‘돌챙이’로서의 기능을 완비했다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제주지역에는 이러한 기능을 가진 분이 많지가 않다. 돌의 재질과 특성에 따라 방앳돌, 구들돌, 비석돌 등을 채석할 수 있는, 제주 ‘돌챙이’ 어르신들이 사라지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 돌의 문화 원형을 계승하지 못하면, 금세기 안에 제주돌담 문화는 사라지고 만다.

제주의 돌담문화는 무형유산이다. 자연유산도 일정한 시기가 지나면 멸실되어 사라지는데, 하물며 무형유산은 어쩌겠는가. 헌데 행정에서는 돌담은 보존하려 하면서, 돌담을 빚어내는 ‘돌챙이’ 무형유산에 대한 것은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행정에서는 제주의 무형유산을 올곧게 지키기 위하여 국가무형문화재 망건, 탕건, 제주민요, 갓일, 칠머리당굿 등 다섯 가지를 지정했고, 제주도지정무형문화재 삼달이어업요, 제주도허벅장, 진사대소리, 귀리겉보리농사일소리, 제주불교의식, 해녀노래, 납읍리마을제, 성읍오메기술, 고소리술, 송당리마을제, 영감놀이, 정동벌립장, 덕수리불미공예, 멸치 후리는 소리, 방앗돌굴리는소리 등 열다섯 건이 지정 보호되어 전승되고 있다.

하나 같이 전승 보전되어야 할 제주의 문화 가치가 담겨진 무형유산들이다. 비교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의 돌담 문화가 앞에 지정된 무형유산보다 가치가 없어서 지금껏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현재 제주에는 일본색풍의 견치석 돌담 문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정체성을 상실한 돌담이 행정기관 울타리 안에 주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도로마다 축대는 말할 것도 없다. 참으로 가관이 아닐 수가 없다. 이러한 것은 우리 제주의 돌담문화를 철저하게 외면함에서 오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돌담이 무너지면, 제주의 정체성도 무너지게 된다. 하루 빨리 ‘제주 돌챙이’ 기능 보유자들에 대한 자원 조사를 해 제주돌담문화가 올곧게 전승 보존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게 시급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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