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세월만을 탓하지 마라
멀쩡한 세월만을 탓하지 마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양택. 전 탐라교육원장/수필가

몇 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일본과 동메달을 놓고 축구 한일전이 벌어졌다. 경기는 2대 0으로 한국이 이기고 있었다. 감독들은 상기된 얼굴로 연신 시계를 들여다본다. 이기고 있는 팀의 감독은 ‘시간이 왜 빨리 안 가느냐’고 초조한 얼굴이고, 지고 있는 팀 감독은 ‘시간이 왜 빨리 가느냐’고 상반된 입장이다.

똑같은 시간인데도 두 사람의 느끼는 체감 온도는 천양지차였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은 결코 늦게 가거나 빨리 가지 않는다. 두 감독의 마음속에서 동요되는 심리적 상태에서 빚어진 일시적 착각현상일 뿐이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 아침이 밝았다. 올해는 붉은 닭의 해라고 한다.

닭은 컴컴한 어둠 속에서 힘찬 울음소리로 새벽을 깨우고, 악귀를 물리치고 복을 불러오며, 다산의 상징인 길조로 예로부터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동물로 여겨 왔다.

희망찬 새해를 바라보며 사람들은 새로운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형세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 밥에 그 나물이다. 실망스럽다. 정치판에서는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판알 튕기기에 분주하고, 국회의원들은 갈피를 잡지 못해 헤맨다. 주말이면 촛불집회도 연일 이어져 수그러들 줄 모른다.

서로 격려하고 힘을 합쳐도 부족할 판에 답이 없는 볼멘소리만 늘어놓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그렇다고 마땅한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일에 모두 만족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내가 뜻하는 일이 얼마나 이루어질까. 고작 30%에 불과하다는 말도 있다. 야구선수도 3할 대를 치면 훌륭한 타자라 하니, 그 이상의 목표 달성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것도 열정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서로 헐뜯고 아옹다옹하는 사이 세월은 무심코 흘러가고 있다. 삶이 점점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느낌이다. 하늘에는 먹구름만 무겁게 잔뜩 내려앉아 있으니 가슴에 누름돌을 올려놓은 것처럼 답답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퇴임에 즈음한 고별연설을 했다.

그는 연설문을 통해 “민주주의 역사는 항상 어려웠다. 때론 피를 흘리고 두 걸음 앞으로 나간 뒤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를 포용하는 것으로 진보해 왔다. 선조들은 싸우고 다투면서도 결국 화해의 길을 찾았다. 우리는 민주주의란 도구를 통해 좀 더 완벽한 하나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생을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적이 수없이 많았다고 했다.

연설 도중 70번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떠나는 대통령이 레임덕은커녕 여론조사에서 55%란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부럽기 짝이 없다. 우리도 언제 국민들의 박수를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볼 수 있을지.

강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게 마련이다. 그것이 자연의 순리다. 사람도 세월 따라 흘러가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세월에 끌려가기보다는 세월을 다스릴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목소리만 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몸소 실천을 해야 한다. 자신의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배려하는 일이 우선이다. 말만 앞세우다 보면 또 다른 불씨를 낳게 된다.

멀쩡한 세월을 탓하기 전에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는 게 진정한 도리가 아닐까.

오늘,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성찰해 볼 일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