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출과 백출 종도 다르고 효능도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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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창출과 백출(上)-한의사·제주한의약연구원장

제주 자생 약용식물 중에 ‘삽주’라는 본초가 있다. 근래만 해도 관례적으로 ‘삽주의 뿌리’를 ‘창출’과 ‘백출’로 혼용하기도 하였다. 즉, 그 뿌리를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으로 나누어 새로운 뿌리를 백출(白朮)로, 오래된 뿌리를 창출(蒼朮)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창출과 백출은 그 종이 서로 다른 식물로서 삽주는 백출로만 쓰는 것이 옳다. 현재 대한약전은 그 관행을 바로잡아 창출은 만주삽주(Atractylodes chinensis Koidzumi)와 가는잎삽주(Atractylodes lancea De Candlle)를 기원으로 하고, 백출은 삽주(Atractylodes japonica Koidzumi)와 당백출(Atractylodes macrocephala Koidzumi)을 그 기원 약재로 규정하고 있다.

창출과 백출 모두 건비제습(健脾除濕)의 효능이 있으나 백출은 소화기능을 돋구는 건비(健脾)의 효능이 강해 보기약(補氣藥)에, 창출은 습독을 제거하는 제습(除濕)의 효능이 강해 방향화습약(芳香化濕藥)에 배속되어 있는 등 그 효능에 서로 차이를 보인다.

이처럼 서로 다른 약재를 왜 혼동하게 되었을까? 몇해 전 백수오를 이엽우피소와 혼동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바도 있듯이 이를 바로잡는 것은 한약재 품질관리에 중요한 사안이다.

아주 옛날 중국에서 한의학과 함께 한약재가 들어왔을 때 그 한약재는 수입품이었기 때문에 귀하고 비쌌을 것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중국 기원 약재에 해당하는 토종 약재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세종 때 저술된 ‘향약집성방’도 그 중 하나로 중국 약재명에 해당하는 토종 약재를 우리말로 병기하고 이것을 ‘향약(鄕藥)’이라 칭했다.

이러한 편재가 동의보감에서도 이어지는데 창출의 경우 백출과 동종으로 분류, 그 세부 항목에 등재하며 백출의 향약명을 삽주 뿌리라는 의미로 ‘삽듓불휘’라고 기술하고 있다. 하지만 외관적인 비교가 전부였을 당시는 중국 기원 약재가 향약과 제대로 일치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과학적 기술이 뒷받침하고 있지 못하였을 것이다.

근래에 와서 유전자 분석 등 과학적으로 분류를 해보니 창출과 백출처럼 종이 달라 학명이 서로 다른 경우가 종종 나타난 것이다.

한약재의 기원에 대해 올바로 알려면 ‘학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같은 식물을 두고도 이름이 다를 수 있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미로 전달하기 위하여 만든 이름이 스웨덴의 생물학자 ‘린네’라는 사람이 개발한 ‘학명’이다.

생물을 분류하는 단위로 ‘종속과목강문계’가 있다. 학명의 표기는 이중 ‘속’과 ‘종’의 이름으로 구성된 ‘이명법(二名法, Binomial nomenclature)’을 사용한다. 표기법 라틴어 또는 라틴어화한 낱말로 구성되며, 속의 이름과 종의 이름을 나란히 이어 쓴다. 식물의 경우에는 명명자의 이름을 붙여주는 게 관례이다.

이때 이탤릭체를 사용하며 명명자는 이탤릭체를 적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삽주의 학명은 ‘Atractylodes japonica Koidzumi’이다.

학명은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하게 쓰이며, 하나의 학명은 오직 하나의 정명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나의 생물 종에 대한 학명은 단 하나만을 허용하므로 이를 관리하는 국제기구도 별도로 결성되어 있다.

학명을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약재의 기원에 대해 혼란을 피할 수 있다.

한약재 관련 업종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막연히 창출, 백출 등 식물명만을 인식할 것이 아니라 어떤 종인지에 대한 정확한 ‘학명’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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