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당목장 입구에서부터 1㎞가량 이어지는 삼나무 숲길 모습.

민오름. 다르게는 문악(文岳)이라고도 부른다.


제주에는 5개의 민오름이 있다. 제주시 봉개동과 오라동, 조천읍 선흘리, 구좌읍 송당리에 각각 1개씩, 그리고 서귀포시 남원읍 수망리에 1개 등 모두 5개다.


도내 오름 368개 중 모양새가 같은 오름이 하나도 없듯 5개의 민오름 역시 그 규모와 모양은 물론 낭만적인 경관까지 서로 가지각색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공통점을 굳이 찾자면 예로부터 나무가 없고, 풀밭으로 덮인 민둥산이라 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 전부가 아닐까 싶다.


이 가운데 구좌읍 송당리의 송당민오름은 ‘한국 땅’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풍겨낸다.


높이 362m, 둘레 2395m의 송당민오름은 번영로(97번)와 비자림로(1112번)가 만나는 구좌읍 대천사거리에서 송당리 방면 2.3㎞ 지점(송당목장 입구)에 우뚝 솟아 있다. 초행길인 운전자는 내비게이션에 ‘구좌읍 송당리 산 156번지’를 치고 가면 된다.


도착했다고 곧장 오름을 오를 수는 없다. 송당목장 입구에서 목장을 가로지르는 길고 좁은 삼나무 숲 터널을 따라 800m를 걸어야 한다.


‘오름을 오르기 전부터 걸어야 한다니’하며 한숨을 내쉬는 이들이 있기 마련이겠지만, 하늘을 찌를 듯 촘촘히 도열 돼 있는 삼나무 숲과 초지에서 소들이 평화롭게 풀을 뜯는 모습을 보노라면 고단함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라져 있을 것이다.


이렇게 800m를 이동하면 이승만 별장이 나온다. 바로 오름 입구다.


오름은 동쪽 비탈 일부를 빼곤 제법 가파른 편인데다 산책로도 잘 정비돼 있지 않다. 대신 나뭇가지 곳곳에 나름 안내자 역할을 하는 리본 등이 달려 있다.


정상까지는 20분이면 충분히 오를 수 있다. 특히 등반하는 내내 펜스나 밧줄 등 안전장치가 없어 등산 초보자의 경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마침내 오른 정상에선 프로 사진작가가 찍은 작품 같은 경관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정상은 북동쪽으로 야트막한 말굽형 굼부리를 이루고 있으며, 두 등성이는 완만한 가운데 민듯한 능선을 갖고 있다.


저 멀리 북쪽으로 거슨새미오름과 칡오름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아부오름과 높은오름, 동검은오름, 백약이오름도 들어온다.


남쪽에는 돌리미오름과 비치미오름, 개오름, 성불오름이 자리하고 있다. 구좌읍의 있는 오름을 대는 것만으로도 숨이 찰 지경이다.


오름 아래로는 광활한 초원지대가 펼쳐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원시 그대로의 자연이 숨 쉬는 모습은 지친 몸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기 충분하다.


눈 호강을 했다면 잠시 귀로 들려오는 사운드에 신경을 집중해보자. 맑고 깨끗한 바람 소리와 바람에 부딪히는 나뭇잎 소리, 새들의 지저귐은 돌아가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들어 준다.


연일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춥다고 집 안에만 웅크려 있기보다는 가볍게 오름을 오르며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 2004년 등록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된 이승만 별장.

♦근대 문화유산 ‘이승만 별장’ 미국식 주택 건축양식 선봬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 있는 이승만 별장은 도내 유일의 국가원수 유산이자, 서구식 주택의 효시로 꼽힌다.


1957년 미군의 지원을 받아 지어졌으며, 벽돌로 지어진 전원형 단독주택이다. 귀빈들을 모신다는 뜻으로 ‘귀빈사(貴賓舍)’라고도 불렸다.


대지 660㎡, 건물면적 234㎡ 규모의 이승만 별장 실내에는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여사의 사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유품이 진열됐다.


미국식 주택 건축 양식과 기술을 엿볼 수 있는 근대 문화유산이란 평가를 받고 있으며, 2004년 등록문화재 제113호로 지정됐다.  


진유한 기자 jyh@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