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으로 사회 통합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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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세훈. 홍보대행사 컴101 이사/전 중앙일보 기자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엘 시스테마 라는 오케스트라 운동으로 청소년 범죄율을 크게 낮췄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 주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학자이자 음악가인 호세 안토니오아부레오가 1975년 7명의 청소년으로 시작한 이 운동은 40년 뒤인 2015년에는 그동안 35만명의 어린이들이 음악 교육을 받았고, 세계 곳곳에서 연주 여행을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도 베네수엘라 대부분 청소년들의 꿈은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되는 것이랍니다.

국내에서도 몇 년 전 한 지상파 방송에서 합창단을 만들어 대회에 참가하고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해 눈물을 쏟게 하면서 합창단의 붐을 이뤘습니다. 아마 제주인들도 이 프로그램을 즐기며 감동했을 것이고, 합창단도 여럿 창단됐을 것입니다.

지난해 말 서귀포 예술의 전당에서 2016 서귀포 코러스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모처럼 듣는 합창 세례였지요. 7개 팀이 나왔고, 전문합창단과 아마추어의 간극은 컸습니다. 객석은 많지 않았지만 상당수가 참가 합창단의 지인들이었음은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것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열심히 박수 치고, 율동에 박자를 맞추며 흥겨워했지만 연주 내내 자가발전식 호응을 유도하기에는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엘 시스테마의 사례에서도 보듯 합창은 사회 통합의 중요한 수단입니다. 합창은 특히 사회화의 좋은 수단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감을 키우는 한편 타인의 목소리를 인정하며 그들과 조화를 이루는 배려의 정신을 필요로 합니다. 그래서 어린이합창단뿐 아니라 성인합창단도 단원과 관객의 재사회화에 기여함은 물론입니다. 이처럼 자신감의 함양, 배려, 절제하는 소리로 만들어낸 화음은 감동과 박수갈채를 유도하기에 충분하고, 이러한 정신은 사회를 통합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그런데 이날 합창 페스티벌은 합창의 사회화 효과를 논하기에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작곡가이자 평론가인 김일호씨는 “제주 음악에는 평론이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도내에서 이뤄지는 합창이나 음악 연주에 대해 좋고 나쁜 점을 지적해줄 전문적인 평론이 없기 때문에, 어떤 음악이 좋은 음악인가에 대한 논의가 없고, 안목도 생기지 않으며 따라서 발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덧붙여 “아마추어나 전문 단체 할 것 없이 문화예술재단의 예산 따먹기에 이골이 나 있다. 음악 수준을 높여 도민들의 정서를 함양할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서류를 그럴듯하게 꾸며 예산을 따낼 연주를 할까 하는 고민을 한다”고 시니컬하게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음악 평론의 풍토가 없으니, 전문가가 활동할 수 없고, 연주자들을 견제할 세력이 없으니 연주자들은 부담을 갖지 않습니다. 전문가인 연주자에게 아마추어가 이러쿵저러쿵하기는 어렵습니다.

제주 사회는 한치 건너 두치 건너면 모두 궨당이라는 의식 때문에 비판을 자제합니다. 사회 곳곳에 검은 커넥션이 덩굴식물의 뿌리처럼 질기고 어지럽게 널려 있습니다. 알면서도 좋은 게 좋은 거다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민 사회는 규모도 커지고 생활 방식은 선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의식의 선진화가 절실합니다. 의식이 바뀌어야 사회 통합에 좋은 수단으로 검증된 음악을 통해 전인교육을 실행하고 인간성을 함양하며, 아름다운 사회에서 감동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음악은 선진사회의 첩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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