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자식에게는 영웅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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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철 제주대 교수 중어중문학과/논설위원

사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인줄도 모르고, 그저 최선을 다하며 무작정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동안 나는 나의 인생을 살았던 것이 아니고, 앞으로도 수많은 날을 살아야 하는 자식들을 위해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도 모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눈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웬만하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도와주려고 했고,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으려고 했으며, 사회생활을 빙자하여 항상 가족들은 뒷전이었다.

어릴 적 아이들은 이런 아비를 원망하였다.

죄명은 ‘때 되면 용돈이나 주었을 뿐 함께 놀아주지 않은 죄’, 또 ‘남들보다 부유하지 못하여,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것을 충분히 갖추어주지 못한 죄’, 그리고 ‘성공하고자 안간힘을 쓰며 노력하는 아이들을 도와줄 수 없어 그저 방치한 무능한 죄’ 등이다.

부모도 실력이라는 세상에 미안하다.

아빠에게는 돈도 없고 권력도 없어, 너희들이 갖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겠구나. 힘들어 노력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가질 수 없어,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야하는 너희들의 신세가 처량하니? 나는 피눈물이 난다.

그렇게 못난 아비지만, 성장한 너희들은 아빠에게 큰 용기를 주었다. “돈이 충분하지 않아 약간 불편했을지라도, 훌륭한 집안의 자식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합니다.”

나도 사실은 어렸을 적에, 아이들과 똑같은 이유로 부모님을 원망한 적이 있었으며, 나이가 들어서는 아이들과 똑같은 이유로 부모님을 존경하였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지금은, 비록 가난했고 권력을 가진 적은 없었지만 정직하고 떳떳하게 사셔서, 자식들에게 자부심을 남겨주신 부모님을 추억하며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며 살고 있다.

최순실은 최태민의 자식이고 정유라는 최순실의 자식이며, ‘그네’씨는 ‘반(?) 정의’씨의 자식이다. 아비의 권모술수를 딸은 배웠고, 그 딸의 딸은 어미의 방자함을 배웠으며, 아비의 살인마적 통치행위는 딸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우리 같은 우매한 백성들은 세상의 이것저것들을 잘 알지 못하고, 그만한 능력도 없을 뿐 아니라 관심도 없기 때문에, 능력이든 실력이든 인품이든 무엇인가 있어 보이는 사람을 믿고, 그들에게 우리들의 앞날을 맡기고, 각자는 자기의 일에 충실하면서, 소소한 행복에 만족하며 순진하게 살아왔는데, 믿었던 대통령께서는, TV나 보며, 덜 떨어지고 사악한 여인과 더불어 나라를 소꿉장난하듯 주무르고 있었다.

수십 년을 독재정권의 시녀노릇을 하면서 꽃길만 걷던 사람, 여왕의 여자로 화려하게 살던 사람, 그들에게 줄을 대고 알랑거려 총장이나 학장으로 지내던 사람, 닭 벼슬만도 못한 벼슬에 빌붙어 그들이 흘린 콩고물을 얻어먹겠다고 양심을 팔아먹은 교수 등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고 감방생활을 하고 있다.

이다지도 뻔뻔한 저들도 그동안 집안에서는 자식들 앞에서 위엄 있는 부모로 살았겠지? 이제 어쩌시려나? 포승줄에 묶여 불려나가는 저 모습을 보는 자식들의 심정은 어떨까? 아직도 부모가 실력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깜냥도 안 되는 주제에 남을 속이거나 남의 것을 도둑질하여 자리에 앉아 군림하는 하찮은 자들은 자식들을 두려워할지어다. 자식들은 가르쳐주지 않아도 때가 되면 다 안다. 자식이 행복하게 살기를 원하는가?

그러면 당신이 먼저 정직하고 떳떳하게 사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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